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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0대 '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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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BTS를 사랑하는 이유 ①] 40대 아줌마의 소심한 커밍아웃

오마이뉴스

AMA 시상식서 '페이보릿 팝송' 부문 수상한 BTS ▲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페이보릿 팝송'(Favorite Pop Song) 부문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이 부문을 비롯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Favorite Pop Duo or Group)과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 부문에서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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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11월 21일, 2021 Amreican Music Awards(AMA)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드레이크 등 유력 후보를 제치고 대상에 해당하는 'Artist of the year(올해의 가수상)'에 선정되었다. 1974년부터 시작된 AMA에서 아시아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영화로 치면 AMA는 골든글로브, 그래미는 아카데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AMA는 대중성에, 그래미는 예술성에 좀 더 비중을 둔 시상식이다. 그러니까, BTS의 이번 수상은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하다.

나는 40대 아미(ARMY)이다. 아미란 BTS 팬덤의 이름이다. BTS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우리 큰아이가 워낙에 BTS를 좋아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내 친구나 비슷한 또래 지인들에게 BTS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나이에 웬 아이돌 가수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어서 그 후로는 음지에서 조용히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나름대로 용기를 내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BTS에게 처음 반하게 된 건 'Dynimite'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전형적인 아이돌 노래가 아닌 팝송 형식의 곡인데, 빌보드에서 늘 1위를 하는 저스틴 비버나 애드 시런의 노래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던 것 같다. 7명의 솜사탕처럼 사랑스러운 젊은이들이 시종일관 청량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대는 이 노래에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는지 알게 됐다. 이 뮤비는 현재 조회수가 12억 회이고, 이 노래는 작년에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린 곡이고, 심지어 아르헨티나의 시골 동네에서마저 이 노래가 울려퍼져서 뭉클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BTS의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찾아 듣고 보게 되면서 이들이 단순히 아이돌 그 이상의 훌륭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매니악한 성격이 있어 무언가에 빠지면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는데, 문학이나 그림, 영화 같은 커다란 장르가 주로 대상이었지 가수에 빠진 건 이들이 처음이다. 가수를 좋아하더라도 노래를 좋아하는 정도였는데 BTS는 자체로서 훌륭한 콘텐츠이자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돼서인지 연구 수준으로 깊게 빠져 있다. BTS의 음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들은 내게 많은 영감과 기쁨을 준다.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40대 아줌마의 관점에서 BTS가 왜 그토록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해 보려고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돌 그룹에 빠져 허우적대는 철없는 40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나름의 항변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처럼 음지에서 조용히 BTS를 응원하는 중년의 아미들이 양지로 나와 당당히 커밍아웃 하는 데 조금이나마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아이돌' 가수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도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 BTS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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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단독 무대 ▲ 2021년 그래미에서 단독 무대를 펼쳤던 BTS ⓒ 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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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서사를 가진 가수들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BTS를 '서사가 있는 아이돌'이라고 칭한다. 그들의 음악세계에도 물론 서사가 있지만, 데뷔 이래 하나의 아이돌 그룹으로서 가진 뒷이야기에는 2000년대 이후 보기 힘든 일명 '헝그리 정신'이 담겨 있다.

BTS의 이름, 방탄소년단(Bulletproof of Boy Scouts, 2017년에 Beyound the Scene 추가)이라는 네이밍에는 이들이 음악을 통해 편견과 억압의 총알을 막아내겠다는 당찬 포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이들은 데뷔 시절 동종 업계는 물론 대중들의 편견을 무던히도 견뎌내야 했다.

힙합하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인해 한 힙합가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BTS에게 돈을 벌기 위해 메이크업하는 남자들이 힙합을 한다고 조롱했고, 아이돌 팬들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과 이들의 외모를 조롱했다. BTS 리더 RM(남준)은 어릴적부터 힙합 신동으로 유명했다. 방시혁은 남준을 중심으로 힙합 그룹을 구상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힙합에 아이돌을 결합한 그룹을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힙합 가수로 주목을 받았던 남준은 힙합 배신자, 낙오자로 찍혀 꽤 오랜 설움을 받아야 했다.

당시 BTS가 속해 있던 빅히트는 작은 소속사였기 때문에 방송국 데뷔도 타 가수가 펑크낸 스케줄을 '땜빵'한 것이다. 인지도가 부족한 탓에 어린 소년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시와 설움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BTS는 이러한 조롱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오로지 음악으로만 대답하고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했다.
"이름, 이름!" Sorry bae
"딕션, 딕션, 딕션!" Sorry bae
"Oh, face not an idol.." Sorry bae
숨쉬고 있어서 I'm sorry bae
너무 건강해서 I'm sorry bae
방송합니다 I'm sorry bae
......
지금 내가 내는 소리 bae
누군가에겐 개소리 bae
까는 패턴 좀 바꾸지 bae
지루해질라캐 boring bae
이젠 니가 안 미워
이젠 니가 안 미워 sorry bae
북이 돼줄게 걍 쎄게 치고 말어
그래 해보자 사물놀이 bae
- BTS, 'Cyper 4' 중에서

BTS는 데뷔시절부터 받아온 편견과 설움을 포함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안티들을 향한 일침도, 아이돌 가수로서의 희로애락도, 청춘의 불안도, 사랑의 아픔도 이들은 모두 음악으로만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이들의 노래에는 진정성이 있었고, 그 진정성은 국경과 언어를 뛰어 넘어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가수들이 가장 바라는 최고의 꿈이리라.

BTS의 2015년 발매한 <화양연화 pt2> 앨범이 빌보트 앨범차트에 171위로 처음 진입한 이후, 이들이 발매하는 음반과 음악은 꾸준하게 계단식으로 성장, 2018년 < Loveyourself전'Tear' > 앨범이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였고, 2019년 발매한 < MAP OF THE SOUL:PERSONA >도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발표한 싱글앨범은 모두 빌보드 100에서 1위를 차지하여 명실상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었다.

BTS는 여전히 편견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미국 음악시장의 편견과 차별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올해 빌보드에서는 인터뷰 도중 BTS의 빌보드 1위가 아미들의 차트조작 때문이 아닌가라는 무례한 질문을 했고, 그래미는 수상 선정 방식을 BTS에 불리한 방향으로 개편한 바 있다. BTS는 2022년 그래미 시상에 7개 부문 후보 접수를 했지만 그래미는 결국 작년과 똑같은 분야 1개에만 후보로 등록했다. 올해 빌보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차트를 만들어냈고, AMA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그래미의 자존심은 이들의 성공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나 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BTS는 외롭지 않다. 미국 언론은 음악계의 이런 편협성을 강하게 비난하고, 해외 동료 가수들도 방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을 단순히 행운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의 실력과 노력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도 알아봐주니 뭉클할 따름이다.

어릴적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은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을 누구나 사랑하듯, 가난한 소속사의 구박받던 아이돌 그룹이 몇 년 후 슈퍼스타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대형 기획사가 방송국에서 만들어 낸 성공신화보다 더 빛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BTS의 스토리는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들에게는 누구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 해피엔딩의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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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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