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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 재미 못살린 '여타짜'…스크린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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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모았던 여자판 타짜 '여타짜' 리뷰

| 이채영·정혜인 과감한 동성 로맨스 연기

| 클리셰로 일관된 연출 그리고 조악한 만듦새

출연: 이채영·정혜인·최민철·허혜진·김사희·권용운

감독: 이지승

장르: 범죄 드라마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6분

한줄평: 만화는 재밌을 것 같다

팝콘지수: ●○○○○

개봉: 12월 8일

줄거리: 포커판에 뛰어든 미미가 미스터리한 타짜 오자와를 만난 뒤 일생일대의 거래를 위해 목숨까지 배팅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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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06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한국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장르영화로서 완벽한 작품성을 보여줬다. 매력적인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트렌디한 촬영과 미술 그리고 의상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연출로 또 하나의 영화적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이후 '타짜'의 마니아층은 다른 어떤 영화보다 두텁게 자리 잡았고, 업계에서도 '타짜'의 뒤를 이을 후속편을 끊임없이 제작하며 원작의 후광을 맛보려고 했지만 기대만큼의 흡족한 결과를 얻진 못했다.

2014년 강형철 감독이 빅뱅 탑을 데리고 연출한 '타짜: 신의 손'을 시작으로, 2019년 권오광 감독이 박정민과 류승범을 내걸고 찍은 '타짜: 원 아이드 잭', 그리고 2021년 여자를 주인공으로 다룬 '여타짜'까지, 도박이라는 아이템은 장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였고, '왠지 나라면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아이템이었다.

매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서로 다른 '타짜'들이 여러 관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여타짜'는 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하다. 마초 성향이 짙었던 '타짜'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신선하게 재해석한다거나, 한층 더 발전된 여성관을 담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연 작품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여타짜'에서 여성은 1990년대의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다뤄졌던 방식보다 후진했으며, 전후맥락없는 노출을 통해 남성들의 관람 욕구만을 자극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 시대정신은 고사하고, 조악한 만듦새와 클리셰로 일관된 연출 때문에 '여타짜'는 재미만을 추구하는 장르영화로서도 과락을 면치 못했다.

스크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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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짜'가 TV드라마나 OTT, 유튜브 콘텐트가 아닌 스크린을 상영 매체로 설정했다면 그에 걸맞는 영화적 장치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여타짜'는 아침드라마 찍듯 고민 없이 그리고 간편하게 촬영한 흔적들로 가득했다. 전형적인 편집 패턴, 인물의 감정선과 전혀 맞지 않는 조명, 앰비언스도 통일이 안 된 사운드, 후반작업을 마쳤다고 말했지만 퀄리티가 한없이 떨어지는 화면 등 전체적인 수준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과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모든 걸 갖출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면 스크린이 아닌 다른 매체에 '여타짜'를 보여줬으면 될 문제다.

우선 촬영을 보면, 풀샷에서 바스트샷으로, 그리고 다시 투샷쯤으로 빠져나오고 클로즈업으로 들어가는 가장 전형적인 패턴만 반복하다 영화가 끝난다. 심심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 중간중간 미세한 줌인, 줌아웃, 가끔은 핸드헬드 등으로 정체 모를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관객들의 정신만 없어진다. 차라리 좌우상하 ,수평수직만 제대로 맞춰서 촬영했으면 이런 느낌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의미없이 바삐 움직이는 카메라는 영화의 퀄리티만 떨어트릴 뿐이다.

가장 심각한 건 로케이션 문제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긴 이야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장소가 몇 번만 등장해도 피로도가 쌓인다. 더군다나 이런 도박물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게 다뤄져야 하는 도박장이 전혀 멋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정해진 채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루한 느낌은 물론, 몰입되지 않는 서사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볼거리조차 없어져 난감함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중요하게 역할을 하게 될 도박장이었으면 다른 부분의 제작비를 삭감해서라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했지만, 해당 공간에는 조명 몇 개와 둥근 테이블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저예산이라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여배우들의 메이크업과 정돈된 의상,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야외 촬영신들, 공간감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사운드 등은 '여타짜'가 왜 굳이 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했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한다. OTT나 다른 플랫폼을 활용했다면 더 나은 성과를 거뒀을지도 모른다.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 인물의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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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 미미(이채영)의 엄마는 괴한에게 맞아서 죽고, 언니는 강간당한 후 식물인간이 된다. 분노에 찬 미미가 복수에 나선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드 한 장만이 괴한들을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미미는 예전부터 즐겨하던 온라인 카드게임 회원들로부터 단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도박장으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뒤 범인을 잡기 위해 호랑이 소굴로 잠입한 미미가 갑자기 패기 넘치는 기세로 카드를 치기 시작한다. 호기로운 눈빛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첫판부터 올인하는 객기까지 부리며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로 전개를 이어나간다.

이전 시퀀스에서 인물에게 생긴 감정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박하는 장면만을 멋지게 연출하려다 벌어진 참사다. 그렇다고 도박하는 방식에 새로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껏 다른 영화들이 보여줬던 연출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게임의 패턴은 늘 똑같다. 어느 누가 "내가 이겼지?"라고 기뻐하면서 칩을 쓸어담으려 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 "잠깐만"이라며 더 높은 패를 보여준다. 극중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고픈 의욕이 사라진 가운데, 도박 장면마저 클리셰로 가득 채워지면서 더이상 이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하는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성적 대상화의 전형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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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타짜'가 훌륭한 작품성을 보여줬음에도, 시대가 시대였기 때문에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이에 여성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여타짜'의 등장 소식에 다양한 기대가 모였다. 결과적으로 '여타짜'는 '타짜'보다도 못한 여성관을 전한다.

우선 주인공들이 맥락없이 옷을 벗는다. 오자와는 자신의 복수를 돕겠다는 미미를 믿지 못하겠다며 게임을 하나 제안한다. 서로에게 질문하는데, 그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해 보자는 것.

민망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미미는 진지한 말투로 자신의 아픈 과거를 고백하며 옷을 벗기 시작한다. 도저히 감정이입이 안되는 가운데, 옷을 다 벗은 오자와를 보고 미미는 그녀가 여자였다는 사실에 놀란다. 대다수의 관객은 오자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녀를 여자라고 인지하고 영화를 봐왔을 터, 미미가 놀라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악당 육손(최민철)의 연인으로 나오는 도로시(허혜진)는 대놓고 성을 상품화한다. 돈이 다 떨어진 도로시는 육손의 부하를 화장실로 데리고가 강제로 스킨십을 한 다음, 녹화된 CCTV를 자신의 연인이자 그의 보스인 육손에게 보여줄 거라고 협박한다. 가장 저속한 방법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런 장면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떠한 영화적 재미도 없기에 그저 민망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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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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