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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로그 인 벨지움’ 감독 데뷔 유태오 “팬데믹 공포 속 영화가 날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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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가 ‘로그 인 벨지움’을 만든 계기를 밝혔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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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오(40)가 이번엔 감독으로 돌아왔다.

직접 연출한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을 들고 스크린을 찾았다. ‘로그 인 벨지움’은 유태오가 기획부터 제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음악까지 참여했으며, 100%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트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 그리고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찾은 진짜 유태오의 오프 더 레코드를 담았다.

유태오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영상이고, 에세이 같은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놀면서 만들었다. 그때 겪은 일을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오게 되다니 정말 신기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로그 인 벨지움’은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촬영한 작품은 아니다. 유태오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그 당시 어떤 바이러스인지 모르고 뉴스는 계속 집에 있으라고 하고 조심하라고 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소리도 낯설고 향기도 낯선 모르는 나라에서 혼자 고립됐다. 호텔 로비가 잠기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자기 나라로 넘어갔다. 부모님이 독일에 계시는데 넘어갈 수도 없었다. 한국행 비행기도 취소되고 뭘 할까 하다가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줘서 타고 다니면서 일상을 찍기 시작했다. 마침 미국에서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다. 영상을 찍는데 리딩 상대를 누구랑 할지 모르니까 스스로 상대 배역을 먼저 찍었고, 그 다음에 나를 찍어 보냈는데, 그 형태가 재밌어서 내가 나한테 다른 질문을 던져볼까, 나만의 오디션을 만들어볼까 하면서 영화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됐지만, ‘로그 인 벨지움’을 통해 유태오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공포를 잊을 수 있었다.

그는 “오롯이 생존하려고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립되어 있고 외롭고 무서웠다. 인지도 많은 배우도 아니고 내가 죽으면 누가 날 기억할까 싶었다. 그런 강박을 갖게 되니까 이상한 데로 생각이 빠지더라고. 그래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를 표현하고 싶어 찍기 시작했는데, 공포가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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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가 ‘로그 인 벨지움’에 출연해준 이제훈 천우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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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스마트폰만으로 제작된 이번 영화는 약 80시간을 촬영한 끝에 탄생했다. 첫 편집본은 약 1시간 35분 분량이었으나 덜어내 지금의 작품이 됐다. 유태오는 “밀도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냉정하게 잘라냈다. 촬영할 때 힘들기도 했지만 아쉬움 없이 느려진다 싶으면 잘라냈다. 알짜배기만 넣어 65분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덜어낸 장면을 묻자 “혼자 술 먹고 촬영한 적도 있다. 술을 마시고 즉흥적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거였는데 술을 마시고 하니 엉망진창이 되더라. 오히려 술을 마시니 솔직한 이야기를 억지로 하는 느낌이 있더라. 술 때문에 순수한 감수성이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개인 공간에서는 옷을 안 입고 있지 않나. 혼자 있을 때 옷을 안 입고 발가벗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누드 장면도 자극적인 느낌이라 쳐냈다. 스토리텔링을 하고, 기승전결 안에서 필요한 장면을 써야 하는데 ‘나는 이만큼 자유로운 배우’라는 에고를 보여주려는 장면이 아닌가 해서 잘랐다”고 덧붙였다.

극중 영어 한국어 독일어를 번갈아 사용한 이유도 밝혔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저를 아낌없이 보여주려고 했는데, 영어는 현재, 독어는 과거, 한국어를 미래라는 3막 구조를 생각하며 찍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추가로 촬영한 분량은 사진작가이자 아내 니키 리의 도움을 받았다. 니키 리는 이번 영화의 프로듀서로도 함께했다.

유태오는 아내 니키리를 “기댈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니키는 솔직한 사람이다, 내 단편을 보면서 아니면 아니라는 말을 할 사람이고 누구보다 내가 의견을 듣고 취향을 믿는 사람인데 이 정도면 정말 재밌다고 했고, 유튜브나 친구들에게 그냥 풀지 말고 간직하고 있으라고 하더라. 창작적으로도 사생활로도 많이 의지가 된다. 당연히 의견을 묻고 서로 주고받고 내가 상상하는 자극을 줬다. 나를 지탱해주는 존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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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가 사진작가이나 아내 니키 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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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촬영분에서 깜짝 등장한 이제훈 천우희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태오는 “이제훈과는 예전에 이벤트에서 만나 연락처를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문자 보내고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영화도 보고 연기 이야기하고 밥도 먹었다. 천우희는 영화 ‘버티고’ 때 친해졌다. 셋 다 술을 잘 안 마신다. 같이 만나면 차를 마시고 연기 이야기를 한다. 보드게임도 한다. 영화속 그 모습 그대로 친해졌다. 한국과 벨기에 사이에서의 장면 전환이 필요했는데 흔쾌히 같이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을 시작으로 유태오는 ‘러브 픽션’ ‘자칼이 온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레토’ ‘아스달 연대기’ ‘버티고’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새해전야’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2015년 동화책 ‘양말 괴물 테오’을 내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앞으로도 창작자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날 살렸다. 어렸을 때 힘들 때 영화를 보며 해소하고 탈피했다. 영화는 제게 그런 존재다. 영화를 만들면서 보는 사람의 입장을 상상해봤는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면서 “평소에 사회나 친구, 가족이 이렇다고 여길 때 그건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 필터로 보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의 공통점이 안 느껴질 때 외로우면 힘들다. 그걸 해소할 때 스토리가 담기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작사 작곡이나, 어린이 동화에 포장하면서 스토리를 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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