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김병찬, 모든 게 다 거짓…언니는 경찰을 믿었다" 피해 유족 울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머니투데이

1986년생 김병찬.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32)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스토킹 피해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35)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가운데, 유족 측이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이번 사건이 계획적 범죄임을 강조했다.

피해자의 여동생 A씨는 2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 가족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침마다 연락하고 지내던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이렇게 돼버려 정말 허망하다"며 "사건 당일 (언니가 숨지기) 1시간 전에도 연락했다"고 비통해했다.

A씨는 김씨가 피해자를 만날 당시 직업 등 신상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니가 살인범을 어떻게 만났는진 자세히 모르지만, 언니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1부터 100까지 다 거짓이었다고 한다"며 "처음에는 무직이었는데 프리랜서라고 속였다더라. 또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거나 명품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을 알게 된) 언니가 김씨와 부산에서 헤어졌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경찰에 한 번 신고했다고 들었다"며 "수시로 목 조르고 칼 들고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더라. 위협하다가 그만하겠다고 하고, 또 협박 안 한다는 게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웃었다는 기록이 있다. 언니 휴대폰을 뺏어서 기록을 다 지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도 지적했다. 그는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던 언니가 '증거가 없으면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카톡으로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며 "법원에서 접근금지도 내려졌지만 김씨한테 전달만 하고 끝이었다. 임시보호소로 이동할 때도 살인범이 언니 차 안에서 자고 있는 걸 수사관이 발견했는데,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주고 다시 돌려보냈다더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9일에는 김씨가 언니 직장에 찾아와서 위협했다. 당시 언니가 스마트워치를 집에 두고 나와서 미리 설정해 둔 휴대폰 SOS 기능을 눌렀다"며 "언니 친구들에게 연락이 갔고, 정확한 위치와 로드뷰가 문자로 발송돼서 언니를 데리고 분리했다. 차라리 스마트워치가 지급 안 됐으면 언니가 휴대폰 SOS 기능을 써서 경찰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김씨가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워치를 누르면 경찰 목소리가 나오는데, 김씨가 그걸 듣고 흥분해서 우발적으로 흉기로 찔렀다고 한다"며 "하지만 김씨가 전날 했던 행동을 보면 무조건 계획적이다. 미리 흉기와 모자를 현금으로 구매하고 언니 차가 주차돼 있는 걸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뒤에도 협박 증거를 없애기 위해 언니 휴대폰을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본인 휴대폰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도주했다"며 "몸에 피가 많이 튀었을 텐데도 대도시를 활보한 걸 보면 살인 흔적을 없애기 위한 옷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A씨는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해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언니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도 경찰을 믿었고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살인범이 사회에 나오면 저희 가족은 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며 "국민청원에 동의 좀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인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울먹였다.

머니투데이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B씨는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B씨는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쳤으나 허술한 피해자 보호 체계와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며 "정부는 부실 대응으로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를 규명해 처벌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서 직접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B씨는 "공격당하는 와중에 누나는 살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애타게 눌렀으나,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로부터 500m 떨어진)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며 "최초에 경찰이 현장에 제대로 도착했다면 누나는 살았을 거다. 신변보호 요청한 여성에게 보호 인력을 배정했다면 괜찮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한 살인범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정부는 책임을 받아들여 살인범을 사회에서 격리시켜달라"며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개선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비극이 다음에는 누구에게 향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1986년생 김병찬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시인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살인 혐의가 입증된다고 봤다. 경찰은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피해자(32)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자는 김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위협적 연락이 오자, 지난 7일 경찰에 스토킹 피해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다.

김씨는 범행 전날 상경해 중구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종로구에서 숙박했다. 이후 범행 당일 오전 11시6분 피해자의 거주지인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피해자 차량을 확인하고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하루 만인 지난 20일 대구 한 호텔에서 검거됐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