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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적] 위기의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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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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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노조원들이 지난 2일 서울 한국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2021년 임단투 승리 및 소매금융 졸속 청산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고,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계에서는 1980년대생까지 희망퇴직 연령대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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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서 40대는 허리로 불린다. 올 10월 주민등록상 인구 구성에서 40~49세는 816만9827명으로, 전체의 15.8%를 차지한다. 1위인 50대(16.7%)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와 취업자는 50대가 최다지만, 임금 일자리는 40대가 더 많다. 통계청이 25일 내놓은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40대 일자리가 471만5000개(24.1%)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 경제활동의 흑자·적자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국민이전계정(2019년)에서도 최대 흑자는 44세의 1594만원, 최대 노동소득은 41세의 3638만원이었다.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벌이는 연령대가 40대임을 보여준다.

노동소득과 흑자의 정점이 40대라는 것은 그 이후 줄어든다는 뜻이다. 간부나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40대는 직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그 위기 징후가 강해지고 있다. 40대 취업자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 최다 연령대 자리도 지난해 50대에 내줬다. 해당 연령대 인구가 줄어든 탓이라고 하지만 취업자 비중까지 50대에 역전당한 것을 보면 반드시 이런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2013년 법이 개정돼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는데도 실제 퇴직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MZ세대라는 1980년대생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만 40세인 1980년생, KB손해보험은 1982년생까지 퇴직 대상을 확대했다. 매년 한 차례가 일반적이던 희망퇴직도 대부분 금융회사에서 두 차례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의 40대는 비운의 세대이다.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10년 주기로 닥치는 경제위기에 직격당했다. 대학 졸업 무렵에는 외환위기로 취업난을 겪었고, 30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데, 유독 40대의 피해가 크다. 지난 8월 기준 고용원 있는 40대 자영업자는 1년 새 34만명(8.7%) 급감했는데, 코로나 경영난으로 고용하던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혼율도 남자는 40대 후반이 1000명당 8.0건, 여자는 40대 초반이 8.6건으로 가장 높았다. 40대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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