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전두환 전 대통령.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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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하면서 지난 24년간 내지 않은 미납 추징금 956억여원을 전액 환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현재까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248억여원(57%)을 집행한 상태다. 검찰은 이에 “본인 사망에도 불구 생존 당시 숨긴 사자(死者) 은닉재산을 찾는 등 끝까지 환수할 방법이 없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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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년 반란·학살·뇌물 혐의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
1997년 4월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 학살, 비자금 조성, 뇌물수수 등의 죄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8개월가량 뒤인 12월 20일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는데, 추징금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추징금이란 범죄 행위로 획득한 재산을 몰수할 수 없을 때 해당 재산을 대신해 징수하는 돈을 뜻한다.
국세청은 그해 전 전 대통령 명의로 된 채권 등 312억여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이후 추징금 집행은 지지부진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한 푼돈 걷지 못했다. 2000년엔 승용차 등 강제경매로 9828만여원, 2001년엔 1억1194만여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2002년엔 다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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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2003년 “정치자금으로 다 썼다…전 재산 29만 1000원”
그러자 검찰은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이는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채권자가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다. 2003년 4월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낼 돈을 정치자금으로 다 써버려 더는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예금 29만1000원을 현금 재산목록으로 제출하면서다. 판사가 “평소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다니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인연 있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도와준다”고 답했다. 이 같은 법정 증언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해부터 2010년까지 국세청은 216억여원을 추가로 걷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 합해도 532억여원으로 판결 받은 전체 추징금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이 장기화하자 2013년 5월부터 이에 대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민 여론이 악화했다. 이에 같은 해 6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린 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법의 핵심은 두 갈래였다. 기본적인 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늘고, 직계가족뿐만이 아니라 불법 취득한 자산임을 알고 사용한 제3자에게도 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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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全 “모두 내겠다” 백기→5년 뒤 “연희동 집은 못 준다”
2013년 7월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을 위한 특별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되자 9월 전 전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미납 추징금 1672억여원에 대한 납부 계획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부친은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검찰이 630억여원을 추가로 집행하며 논란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내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하지만 2018년 전 전 대통령 측이 돌변했다. 연희동 자택만은 못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12월 자택에 대해 공매 절차가 시작되자 자택 중 별채의 명의자인 셋째 며느리가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 선고에 따라 검사가 추징을 집행하는데 별채 추징은 정당하지 않으니 불허해달라는 취지였다.
당초 별채는 전 전 대통령 명의였다. 그러나 2003년 12월 강제경매 절차에 따라 처남에게 넘어갔고 2013년 4월 셋째 며느리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검찰이 한 번 강제경매로 별채를 추징했는데도 이번에 또 별채를 추징 대상으로 삼은 건 이중 집행이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2월에는 본채 명의자인 부인 이순자 여사와 정원(庭園) 명의자인 비서가 자택 공매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4월엔 “제3자에게까지 추징이 가능하도록 한 전두환 추징법은 위헌이다”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23일 현재 전 전 대통령 자택 중 본채와 정원에 대한 압류는 결국 법원에서 취소 결정이 났다. 반면 별채의 경우 1심에 이어 지난 8월 20일 2심에서도 압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별채에 대한 공매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도 이달 11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이 났다. 헌법재판소도 전두환 추징법 위헌 소송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상태다. 앞으로 별채에 대한 추징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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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행불능 결정할 지, 사후 추징방법 없는지 검토 중”
그러나 전 전 대통령 별세로 검찰은 추징을 종료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형벌의 일종인 추징은 타인에게 넘길 수 없는 일신전속적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25조 1항 2호에 따라 집행불능 결정을 할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조세포탈 등으로 추징금을 선고받았다면 사망 이후에도 상속 재산을 추징할 수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형사소송법 478조에 따르면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하여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재판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사망 후에도 추징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검토 후 방침을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별도로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328조는 피고인이 사망한 때는 공소기각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광주지법은 “추후 재판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공소기각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연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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