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윤석열 아내ㆍ장모 논란

"쥴리 벽화 사라지고 (王)자·개사과 이어 김제덕 선수까지?"…담벼락 뭐 있나 봤더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쥴리 벽화'로 유명세를 탄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건물 외벽에 약 4개월여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한 그림이 다시 그려졌다. [사진 = 변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쥴리 벽화 2차전인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는 그림이네요."

16일 오후 3시경 찾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옆에 네댓명의 시민이 연신 외벽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른바 '쥴리 벽화'로 유명세를 탄 벽에는 새로운 그림들이 그려졌고, 시민들은 이를 찍기 위해 모인 것이다.

벽화를 보며 담배를 태우던 김모씨(54)는 "특정 인물이 부각돼 눈에 띈다. 의도가 분명한 작품인 것 같다"며 "본인의 생각을 표현한 것뿐인데 왜 벽화를 두고 설왕설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벽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저격하는 그림부터 2020 도쿄올림픽 영웅 '김제덕' 선수의 모습 등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한 '쥴리 벽화'가 그려진 지난 7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새로운 그림이 나타났다. 벽을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윤 후보와 관련된 논란을 상징하는 '윤 후보 장모', '왕(王)자', '개사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림이, 왼편에는 김제덕 선수와 아직 미완성인 운명·행운의 여신 '포르투나' 그림이 새겨졌다.

매일경제

16일 닌볼트 작가(43)는 외벽에 '포르투나' 여신, 김제덕 선수 등 새로운 그림을 그려넣었다. [사진 = 변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그라피티 작가 닌볼트(43)씨는 벽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작가는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윤 후보 관련 그림을 그렸고 이날 새로운 그림을 추가했다. 수능을 이틀여 앞둔 수험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김제덕 선수의 모습과 그리스 포르투나 여신을 그렸다. 작가는 "김 선수 옆에 승리의 여신 '니케'의 그림까지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윤 후보 관련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묻자 작가는 "다른 이유는 없다. 윤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후 광주에 내려간다고 하자 갑자기 폭발해서 원래 그리려던 그림 내용을 다 바꾸고 이 벽화를 그리게 됐다"며 "윤 후보의 행동들이 나 자신을 희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해외에서는 정치적으로 표현하는 벽화도 많은데 뭐라고 하진 않는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그림에 보수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작가를 응원하는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외벽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작가에게 다가와 "추운데 고생 많다. 밥 한 끼 사드시라"며 쌈짓돈을 챙겨주기도 했다.

매일경제

벽화가 그려진 외벽을 지켜보거나 사진 찍는 시민의 모습. [사진 = 변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벽 프로젝트를 처음 계획한 문화·예술 매니지먼트 굿플레이어 김민호(51) 대표는 "올해 7월말에 쥴리 벽화가 그려졌을 때 이 벽이 너무 유명해졌고, 이 벽을 이용해서 우리나라의 유명한 청년 작가들을 알리는 벽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됐다"며 "유명한 작가들을 모시려고 했으나 대부분 부담스러워 하셔서 참여하지 않았지만 닌볼트씨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닌볼트 작가와 김 대표는 '벽화 배틀'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외벽에 남겨둔 공백에 새로 초청한 작가가 그림을 그려 온라인상에서 투표하는 프로젝트다. 투표에서 지는 쪽의 작품은 지워지게 되는 '서바이벌' 방식인 셈이다. 닌볼트 작가는 "지금 배틀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작가 몇 분이 계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할 것이고, 만약 제가 진다면 제 작품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벽화 게시를 두고는 건물주와 작가 측의 의견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닌볼트 작가는 "건물주분께서 '왜 또 정치적인 그림을 그렸나'며 반발했다"며 "지금 이 작품도 내일이나 내일모레 지우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건물주분이 그림을 훼손한다면 저는 법정 소송으로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