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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이재명 로봇’ 만든 그곳…알고 보면 ‘K-로봇’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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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 만든 카이스트 연구진…2011년 분사 창업

이족보행 이어 협동로봇 개발…핵심부품 자체 개발

사족보행 로봇 시장도 진출…천문 마운트는 '캐시카우'

아시아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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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2004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은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혼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룬 성과다. 인간형 로봇은 ‘로봇공학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로봇 관련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이족보행 로봇이 등장하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인간형 로봇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1조원에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전 세계에 3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휴보가 국내 로봇 개발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다.

휴보가 써내려간 ‘K-로봇’ 신화의 중심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카이스트 내 연구소 휴보랩(Hubo Lab)이 2011년 스핀오프(분사 창업)한 회사다. 휴보 개발을 이끌었던 오준호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비롯한 핵심 연구진이 주축이 됐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도 2002년 휴보랩에 합류한 ‘원년 멤버’다. 이 대표는 휴보를 '로봇 산업의 F-1 머신’으로 비유했다. 그는 “F-1 머신은 상용화 레벨의 기술이 아닌 테스트 단계의 첨단기술로 만든다”면서 “이처럼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건 로봇공학 분야에서 정점에 이른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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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 핵심기술 내재화

회사는 협동로봇으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협동로봇은 6축 이상의 관절로 구성된 로봇팔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성능 센서 등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해 산업용 로봇과 달리 1.8m 이상의 안전펜스 설치 등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도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유연한 배치가 가능해 차세대 산업용 로봇은 물론 서비스용 로봇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회사는 2019년 협동로봇 개발에 착수해 불과 1년 6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며 확보한 기술력이 ‘초고속 사업화’의 기반이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경쟁력은 ‘가격’과 ‘사후관리(A/S)'에 있다. 회사의 제품은 유니버셜로봇 등 타사 제품 대비 30% 가량 저렴하다. 로봇 원가의 65% 가량을 차지하는 제어기, 구동기, 브레이크 등 핵심부품을 거의 대부분 내재화한 덕분이다. 이 같은 핵심 기술을 통해 외부 업체에서 핵심부품을 공급받는 경쟁사와 달리 소비자 요구에 곧바로 대응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감속기가 유일하게 내재화하지 못한 부품”면서 “이미 기술 개발은 마무리했지만 생산 장비도 직접 만들기 위해 추가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속기 양산능력은 3~5년 내로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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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RB 시리즈'와 'RB-N 시리즈.' [사진제공 = 레인보우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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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보행 로봇도 출사표

사족보행 로봇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회사는 지난달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사족보행 로봇 ‘RBQ-5’를 선보였다. 전시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밀어 넘어뜨려 논란이 일었던 로봇이다. 이 대표는 “사족보행 로봇은 아직 주 사용처를 찾지 못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분야”라며 “하지만 바퀴 로봇과 달리 험한 지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군용, 구조용 등 가능성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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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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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문 마운트를 자체 생산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회사가 로봇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초정밀 천문 마운트는 한때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의외의 효자 상품이다. 망원경 장착 시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쪽에 무게추를 달아야 했던 기존 천문 마운트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독일 등 타사 천문 마운트가 적게는 100kg에서 많게는 200kg에 이르는 반면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은 30kg에 불과하다.

공공조달 시장은 이미 약 70%를 차지했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천문 관측 선진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쪽은 천문 관측 시장이 상당한 규모”라며 “국내에 천문 마운트를 만드는 곳이 우리밖에 없어 방산용으로도 적지 않은 물량을 납품한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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