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행동 등과 대립 격화… 폭력 사태로 체포까지
터전 잃은 수요시위는 2주째 인근으로 옮겨 개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1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인근에서 보수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의기억연대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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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시행으로 집회 규제가 대폭 완화되자,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자리를 집회 장소로 차지하려는 시민단체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자리 경쟁이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지며 격화되는 와중에,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열렸던 수요시위는 2주째 주변 장소로 밀려났다.
난투극까지 빚어지는 소녀상 앞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인 자유연대와 청년단체 반일행동 회원들이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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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평화의 소녀상 일대에선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연대'와 진보적 청년단체 '반일행동'이 대립했다. 각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철거(자유연대), 친일 청산(반일행동)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던 이들은 서로를 큰 소리로 비방하다가 종내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정의연이 1,517차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하려고 이곳을 찾으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수요시위는 지난주에 이어 소녀상에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으로 자리를 옮겨 치러졌다. 최재숙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현장 발언을 통해 "왜곡된 정보와 시각을 가진 극보수 세력이 활개를 치며 평화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방해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이들이 더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전날에도 갈등이 격화돼 양 진영 단체 회원이 한 명씩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빚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진보 단체 소속 50대 남성은 중재에 나선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자유연대 소속 50대 여성은 상대편 얼굴을 가격한 혐의(폭행)로 각각 체포됐다.
"소녀상 앞자리 선점" 갈등 계속될 듯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1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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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간 갈등은 '집회 장소 선점'이 발단이 됐다. 소녀상 인근은 1992년부터 정의연이 수요시위를 진행해온 장소로 상징성이 크다. 반일행동 또한 6년째 소녀상 옆에서 철야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연대가 매주 수요일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정 장소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려면 관련법에 따라 30일 전부터 경찰에 선착순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자유연대는 이 자리를 선점하려고 지난해 5월부터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경찰서 앞에서 불침번을 서가며 신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과 7월에도 한 차례씩 자리를 선점한 통에, 정의연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인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서울 시내 집회가 금지되면서 잠복됐던 집회 장소 쟁탈전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첫 수요일이었던 이달 3일부터 표면화했다. 이달 말까지 소녀상 주변을 수요일 집회 장소로 선점한 자유연대는 "반일행동이 합법적 시위를 방해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반일행동은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반발하는 양상이다.
양측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소녀상 앞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일행동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망언과 망발이 집회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것 자체가 정치적 테러"라면서 "할머니들의 정신이 깃든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거세게 자유연대 측을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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