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윤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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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진보성향 대학생 단체인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과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연대는 경찰이 설치한 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각자 집회를 진행했다. 소녀상 앞은 두 단체와 유튜버, 경찰 등이 섞여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아사리판’이었다.
자유연대 측 집회 참가자는 트럭 위에 올라가 “일본군 위안부는 거짓말”이라며 “정의기억연대와 진보단체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일행동 측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친일파는 물러가라”고 맞섰다.
자유연대은 “자유연대가 선점한 자리에서 반일행동이 불법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찰에 즉시 체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로경찰서는 이날 “집시법에 따라 선 순위인 자유연대가 집회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반일행동의 집회는 불법”이라며 “자진 철수하고 해산해달라”고 몇 차례에 걸쳐 경고했다. 이어 “전날에도 자유연대 측 1명, 반일행동 측 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두 단체는 정의기억연대의 정례 수요시위가 열리는 소녀상 앞 집회 위치 선점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에 따르면 집회신고를 위해 주최 측은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자유연대는 경찰서 밤샘 대기로 11월 소녀상 좌·우측 인도와 1개 차도에 1순위로 24시간 집회신고를 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는 소녀상에서 10m 정도 떨어진 연합뉴스 앞에서 수요집회를 진행하게 됐다.
이날 자유연대와 반일행동의 대치는 새벽부터 이어졌다. 오전 5시 40분쯤 소녀상 앞에서 철야농성 중이었던 반일행동 앞에 자유연대가 트럭을 댔다. 오전 11시쯤 반일행동 회원들이 자유연대 쪽으로 항의를 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보수단체 차량과 반일행동 회원들의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대치는 이날 오후 1시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10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단체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의기억연대가 수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윤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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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유연대와 반일행동이 대치하는 옆쪽 인도에서 수요시위를 준비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오늘도 어김없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17번째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인정,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실시하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자유연대 측은 마이크를 통해 “성노예라는 표현은 거짓말”이라며 “몸 판 게 자랑이냐”고 끼어들기도 했다.
인근 직장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중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27)씨는 “집회 측이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아침부터 귀가 따가웠다”며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데 길을 막고 있으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 역시 “역사를 바로잡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소녀상 앞에서 두 단체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난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불법 집회가 계속될 경우 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종로구청은 경찰에 소녀상에 대한 시설 보호 요청을 접수했다. 이에 종로경찰서는 “단체 간 충돌로 소녀상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관련자들은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반일행동이 불법 집회를 계속할 경우 집시법 제20조 1항, 제6조 1항 등에 따라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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