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서 10m 떨어져 개최
정의연 “日정부, 유엔권고안에도 전범 책임 회피”
“피해 생존자들 염원 잇기 위해 노력할 것”
경찰, 보수단체와 정의연 충돌 막기 위해 철제 펜스 설치
이른 아침부터 단체들 간 확성기 틀며 ‘신경전’ 지속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친인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집회와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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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3일 집회·인원 제한이 풀린 ‘수요시위’를 재개했다.. 서울 시내 집회·시위를 제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이 완화된 뒤 개최한 첫 집회로 보수단체가 집회 장소를 선점해 단체들 간 충돌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의연은 이날 ‘제151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기존 집회장소인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에서 서쪽으로 10m 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했다.
정의연이 집회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던 이유는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11월 말까지 매일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연대는 지난 5월께 정의연 관련 후원금 횡령·회계 의혹이 불거진 뒤로 서울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면서 자정이 되면 곧장 집회 신고를 하는 식으로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해왔다.
정의연은 이날 오전 배포한 ‘제1516차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에서 “가해자의 잘못을 드러내고 솔직한 인정과 사죄를 받고자 한 세월이 30년”이라며 일본 정부의 사과와 함께 진상 규명과 책임 이행을 요구했다.
정의연은 일본 정부를 향해 “꼼짝 않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며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적반하장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세계 곳곳에서 울러 퍼진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수많은 유엔 권고안과 각국 의회 결의안에도, 전쟁범죄 인정과 책임 이행은커녕, 재무장을 획책하고 식민지 시대 종속국인양 대한민국을 하대하며 모멸감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8일 이후 약 16개월 만에 비로소 열린 평화로를 둘러보라”며 “평화로를 전쟁 아닌 전쟁터를 만들고 있는 저들이 바로 수요시위의 정신이 살아있어야만 하는 근거다. 평화와 인권이 물결치는 세상을 바랐던 피해 생존자들의 소망을 우리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죽지 않겠노라’던 피해 생존자들의 염원을 잇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온 힘을 다해 진실을 드러내고 세상을 바꾸다 하늘나라로 가신 피해자들의 용기와 열정을 가슴 깊이 새기며 굳건히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평화의 소녀상’ 부근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반일행동 측 청년 10여명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일본군성노예문제 완전해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반일세력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여기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외치며 소녀상과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에 자유연대는 인근에 확성기가 달린 차량을 주차하고 확성기로 “남의 집회 장소를 왜 차지하고 있느냐”며 “집회를 방해하는 반일행동 개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민사소송할 것”이라며 응수했다.
자유연대가 있는 구역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피켓을 든 유튜버와 1인 시위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경찰은 정의연과 자유연대 양측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시위 대비를 했다. 양측 간 물리적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은 4개 부대 약 240명의 경력을 현장에 배치, 소녀상 주위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했다. 또 양측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 중간에 완충지대를 두고 분리했다.
현장에서 대치가 지속되자 경찰은 방송을 통해 “반일행동은 자유연대가 신고한 집회 장소 밖으로 이동해 공무집행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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