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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BBK에도 MB가 이겼다" 14년전 정동영 패착 신경 쓰이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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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왼쪽)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한 행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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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다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한 정동영 전 의원은 이듬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선거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는 질문에 “BBK에 너무 매몰됐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더라도 남기는 선거가 됐어야 하는데 저의 비전과 정책을 남기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최근 야권에선 2007년 대선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이 14년 전 이명박 당시 후보가 연루된 BBK 의혹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편이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대선 이슈로 끌고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후보 네 명,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대장동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野 일각 “대장동 프레임 지나가…대선 결과 영향 어려워”



하지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장동 프레임은 지나가고 있다”며 “사건의 구조가 복잡하고, 이재명 전 지사가 직접적으로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BK 문제로 MB(이명박 전 대통령)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켰지만 결과가 어땠냐”며 “국민들은 이재명 전 지사가 도덕적이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은 한다’는 추진력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도 지난달 31일 마지막 경선 토론회에서 “대장동 비리만으로 대선은 되지 않는다”며 “옛날에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 때 BBK 사건 하나만으로 대선을 치르려고 민주당이 덤벼들었는데 그거 가지고 대선이 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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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울산시청 일대에서 대장동 게이트 사건의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도보시위를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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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장동 사건은 국민의힘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 최근 검찰 주변에선 이재명 전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관련 업무 수행에 대해 검찰이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여당 대선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허은아 수석대변인)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별검사(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펴고 있지만 절대 다수 의석인 민주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대장동 사건 벽 부딪히자 백현동으로 중심 옮겨가는 양상



대장동 사건이 벽에 부딪히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진행된 또 다른 사업인 백현동 개발 문제에 당력을 쏟고 있다.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 검증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태)는 2일 오전 성남시 백현동에서 긴급 현장 회의를 열었고, 보도자료를 통해 “대장동의 수많은 의혹에 이어 백현동 사업계획을 둘러싼 각종 위법과 불법 특혜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이재명 전 지사가 요구하고 있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관련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한 돈을 예산안에 포함하는 문제와 관련해 “(재난지원금을 포함시키려면) 새 세목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정부 동의뿐 아니라 여야 합의 사항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말한 것처럼 (이미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충분하지 않은 지원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에서 법·규모·절차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에 민주당 “검토 시작”



이재명 전 지사는 지난달 31일 “코로나 국면에서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선 이 전 지사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기본소득의 한 갈래로 보고 있다.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하게 모두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는 게 핵심 골자기 때문이다.

정부가 70% 이상 대폭 삭감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의 경우에도 민주당이 예산 심의 과정에 다시 대폭 증액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함께 ‘이재명표 정책’의 예산 뒷받침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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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CCTV 설치 의무화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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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296석 중 169석(57.1%)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표 정책’의 입법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의 경우 7년여 동안 논란이 계속되다가 이재명 전 지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뒤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아직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하지 않은 국민의힘 경우 민주당에 비해 이렇다 할 대표 공약이 없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 과정에서 미국과의 핵 공유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긴 했지만 정책을 둘러싼 뚜렷한 갈등 전선은 형성되지 않았다.

대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전 지사를 향해 던진 “유력 대선 후보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윤석열 전 검찰총장)거나 “대통령이 되면 감옥으로 보내겠다”(홍준표 의원)는 발언이 더 화제가 됐다.

정책을 대하는 여당과 야당의 접근법이 너무 다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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