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선순위 신고…정의연, 시위 장소 연합뉴스 사옥 앞으로 옮길 듯
2020년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가운데(사진 왼쪽),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와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들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로 서울 시내 집회·시위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리는 '수요시위' 장소 문제를 둘러싸고 혼란이 재개될 조짐이다.
수요시위가 열려온 '평화의 소녀상' 앞 자리를 보수단체가 한동안 선점해놓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요시위가 정상적으로 열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자유연대는 다음 달인 11월 말까지 매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한 이 자리에서 매주 수요시위를 주최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로서는 상징성이 매우 큰 집회 위치를 보수 성향 단체에 내준 셈이다.
이에 따라 정의연은 집회 제한이 풀린 후 첫 수요일인 11월 3일 제1천516차 수요시위를 원래 장소 대신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연대는 정의연 관련 후원금 횡령·회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5월 말부터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면서 자정이 되면 곧장 집회 신고를 하는 식으로 수요시위 장소를 미리 차지해왔다. 정의연은 인원 부족 등으로 인해 이를 물리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신고를 720시간(30일) 전부터 선착순으로 접수하고 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윤미향 의원 구속·정의연 해체·할머니들에게 돈 반환 등 우리의 세 가지 주장이 완수되기 전까진 계속 이렇게 선순위 신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51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주간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앞서 자유연대는 지난해 6월 말부터 소녀상 앞 자리에 집회신고를 해왔고, 이에 밀린 정의연은 작년 6월 24일과 7월 1일 각각 제1천445차·1천446차 수요시위를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리를 옮겨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한 바 있다.
정의연은 제1천447차 수요시위부터 최근까지는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 형태로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해왔지만, 집회 인원 제한이 풀리는 다음 달부터는 자리를 다시 뺏기게 되면서 이런 진행이 다시 불가능해지게 된 형국이다.
정의연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향한 모욕과 역사 부정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보수단체의 방해에 굴하지 않겠다. 장소를 조금 옮기더라도 수요시위 정신을 현장 집회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3일 자유연대와 정의연이 소녀상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뉘어 각자 선순위 신고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두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종로구가 공공조형물인 소녀상에 대해 시설 보호 요청을 해오면 소녀상 주위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집회가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시위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 명이 1월 8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 집회를 시초로 29년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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