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인원 제한에도 천여 명 운집
"5·18 학살 책임" 국가장 비판 시위에
"올림픽·외교 등 공적 인정" 목소리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제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마당에서 치러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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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엄수됐다. 영결식이 치러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인근에 시민 1,000여 명이 몰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가운데, 국가장 결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이 자리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전 8시 40분쯤 발인을 마치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전까지 머무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김옥숙 여사와 자녀 소영·재헌 씨 등 유족들은 자택 잔디마당에 차린 제단에 고인의 영정사진과 '제6공화국 실록' 4권, 생수 한 병에 물 그릇 하나를 놓고 오전 9시 20분쯤부터 30분간 엄숙한 분위기에서 조촐하게 노제를 치렀다.
노 전 대통령 정부에서 함께 했던 박철언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등 6공화국 실세들은 발인과 노제에도 유족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사저 밖에서는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시민 30여명이 노 전 대통령의 노제와 영결식을 위해 떠나는 운구차량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국가장 반대" 시위로 소란일기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30일 오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노제를 위해 연희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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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은 고인의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8년 개최된 '88서울올림픽'과 인연이 깊은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이뤄졌다. 영결식은 오전 11시쯤 시작됐으나 1시간 전부터 이 곳에서는 시민단체 '청년온라인공동행동' 측 10여명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들은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를 벌인 끝에 본래 평화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앞으로 장소를 이동해 목소리를 냈다. 국가장 반대 취지에 동의하는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등 7개 단체와 개인 435명이 연·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두고 "87년 정신과 촛불 정신,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역사적 용서와 화해가 아닌 정권의 비겁함"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권을 무력 찬탈한 군사쿠데타 주역이자 광주민중항쟁 학살에 큰 책임이 있고, 공안사건을 조작해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했다"고 했다.
88올림픽·북방외교 공적…5·18 과오 거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30일 고(故) 노태우 전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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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에서는 고인의 공과가 함께 언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약력보고를,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조사를,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맡았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88올림픽 개최 △6·29 선언 △북방외교 정책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토지 공개념 도입 및 서민 주거 안정 △국민연금 공적부조 확대 등이 공적으로 거론됐다.
다만 김 총리는 조사에서 고인의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공적보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께서 유언을 통해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어떤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영령을 다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의 영결식은 애도의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상영된 생전 업적 영상은 고인의 유서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시작됐다. 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며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그대로 받아들여,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밝혔다. 또한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공과 되새겨야" 시민 운집…파주시, 유골 안장 수용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30일 오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 운집한 시민들이 운구차량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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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참석 인원은 장례를 검소하게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유족과 친지, 국가 주요 인사, 정당·종단 대표 및 주한외교단 대표 등 50여명으로 제한됐다. 검은 천막으로 현장이 가려졌으나, 평화의광장 울타리 인근에는 영결식에 참여하려는 시민 1,000여명이 몰렸다.
이날 영결식을 찾은 김인규(76) 씨는 "전직 대통령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참석했다"며 "오점도 있었지만 잘한 점도 있기 마련이고, 한국 현대사에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천규(73) 씨 또한 "5·18 관련을 제외하면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북한과 동시에 유엔 가입한 것 등은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봤다.
송파구 주민 김순이(65)씨는 "5·18 관련해 생전 본인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들을 통해 용서를 빌었는데, 몸이 안 좋아 직접 사죄를 못한 것 같아 이해가 된다"고 전했다. 김모(56)씨 또한 "외교로 국격을 높이는 등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5·18 문제가 있었지만 마지막에 반성을 했으니 국가장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길어진 낮 12시 30분쯤 종료됐다. 운구행렬은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 이후 유골은 경기 파주의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된다. 고인은 남북평화통일의 염원이 담겨있는 파주에 장지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파주시가 유족과 장례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골 안장 수용 입장을 밝힘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통일동산 내에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진보정당과 지역 시민사회계, 일부 종교계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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