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위드코로나' 英 확진자 2배 뛰고, 포르투갈 10배↓…韓 운명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택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으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초읽기에 들어간 한국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커진다. 먼저 일상회복을 선언한 나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머니투데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vs 포르투갈, '이것'이 희비 갈랐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을 '자유의 날'로 선언하고, 마스크 의무화 등 대부분 방역 규제를 풀었다.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4만명씩 쏟아졌지만, 영국 정부는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믿고 봉쇄 해제를 강행했다. 당시 백신 완전 접종률은 약 70%였다.

일상 회복 전환 초기,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명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불과 3개월여 만에 다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역시 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하루 2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며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간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도 13명으로, 독일(6명)·프랑스(3명)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많다.

다수의 전문가는 영국 정부의 오판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온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방역 규제 해제 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런던 킹스칼리지 전염병 전문가인 팀 스펙터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영국의 규제 해제는 백신 접종과 자연 면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른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희망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실내·외 모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무리수였다는 평가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가디언에 "'백신 플러스 알파'보다 백신에만 의존한 전략을 취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르투갈 상황과 비교하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포르투갈도 백신 완전접종률이 80%를 넘으면서 이달 1일부터 인원 제한 등 규제를 풀었다. 다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유지하고 '백신 여권'(접종증명서)를 도입했다.

포르투갈의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는 1000명대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다. 연초 1만명 넘게 치솟았던 것에 비해 안정적이다. 일상 회복 시행 국가들이 대부분 초기에 확진자 급증을 겪은 점을 고려했을 때 '선방'하는 셈이다. WSJ는 "포르투갈에 코로나19 엔데믹(주기적 감염병)이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반면 영국 정부는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확진자 수 증가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규제 강화보다는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무게를 둔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데이터상으로는 당장 플랜B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부스터샷이 올겨울 사람들을 보호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받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존하는 방법…'추가 접종'과 '방역'

그렇다고 해서 마스크 착용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어줄 만능열쇠인 것은 아니다. 일상 회복은 위중증 환자 중심의 방역체계라는 점에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위험이 있는 만큼, 대응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적절한 수준의 방역 규제와 부스터샷 확대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는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연일 확진자 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7일엔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5000명을 넘었다. 싱가포르는 우선 방역 고삐를 다시 됐다. 보건당국은 의무적 재택근무, 사적 모임 2명 제한, 원격수업 등 방역 규제를 내달 2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83%에 달하는 백신 접종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백신 미접종자의 쇼핑몰 등 이용을 제한하고, 코로나19 사망자(돌파감염 포함) 대부분이 고령층·기저질환자인 점을 감안해 지난달 중순 60세 이상에 부스터샷을 시작하고 이후 대상을 30세까지로 확대했다. 부스터샷 접종률은 현재 13%다.

빠른 백신 접종 속도를 바탕으로 지난 6월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으로 재확산 위기에 맞섰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을 강행했고, 한달 반 만에 그 대상을 면역 취약층에서 만 12세 이상 모든 연령대로 확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체 인구 930만명 중 390만명이 추가 접종을 마쳤다.(인구의 43%) 9월 중순까지 1만명대를 웃돌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한 달여 만에 1000명 아래로 줄었다.

한국도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행방안 최종안은 29일(오늘) 공개된다. 김부겸 총리는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회에 참석해 "방역 경각심이 흐트러져서 다시 뒷걸음치는 일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국민들도 마스크 쓰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변함없이 실천하고 새로운 방역기준 준수에도 적극 협조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