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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디펜딩 챔피언의 비극, 130억 사나이의 '호텔 술판'만 없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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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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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왕조’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꿈은 한 여름 밤에 일어난 사건 하나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2020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는 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NC는 지난 2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1무를 기록하며 희망을 이어갔지만 2차전에서 2-5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SSG가 두산에 5-4로 승리했다. NC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SSG의 성적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5강 탈락이 확정됐다.

지난해 통합 우승 이후 1년 만에 가을야구 도전에 실패한 팀이 됐다. 11년 만의 불명예 기록이다. 2009년 한국시리즈를 우승팀 KIA가 이듬해인 2010년 정규시즌에서 5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에는 8개 구단 체제로 4위까지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었다.

지난해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올 시즌을 맞이했다. 이동욱 감독은 지난해는 잊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연패, 왕조 등에 대한 얘기들이 선수단을 감쌌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지난해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부상 여파가 있던 좌완 에이스 구창모의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없었다. 스프링캠프 대신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외국인 선수 웨스 파슨스가 개막 엔트리에 정상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불펜진에 대한 불안도 가시지 않았다. 토종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의문부호였다. 타선에서는 지난해 히트 상품이었던 강진성이 부진했다. 리드오프 역할을 해줘야 했던 박민우의 부진도 심각했다. 박민우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구단을 향한 불만을 개인 SNS에 게재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4월 한달 승률은 4할7푼8리(11승 12패)로 스타트가 늦었다. 그러다 5월 들어서 반전 요소들이 등장했다. 불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프리에이전트 미계약 상태에 있던 투수 이용찬과 3+1년 27억 원에 계약하며 투수진을 전격 보강했다. 5월 승률 5할9푼1리(13승 9패 1무), 6월 승률 5할4푼5리(12승 10패 1무)로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의 7월. NC의 경기들은 연달아 열리지 않았다.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무려 3명이었다. 밀접접촉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였고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경로다.

잠실 두산 원정 때 묵던 숙소에서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가 외부 여성 지인 2명과 7월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던 것. 여성 지인을 통해서 선수들이 감염됐다. 박민우는 도쿄올림픽 명단에 포함돼 이미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상대팀이었던 두산 선수단에도 확진자가 발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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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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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리그는 중단됐다. 이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KBO는 술판 멤버 4명에게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NC도 이들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 구단 전체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동욱 감독도 이례적으로 10경기 출장 정지 셀프 징계를 내렸다.

NC는 다른 팀이 됐다. 테이블세터와 주전 3루수, 외야 백업 1순위이자 대타 요원이 한꺼번에 빠졌다. 이들의 자리를 1군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로 채웠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최정원, 김주원, 박준영은 내야진을 패기로 이끌었다. 외야진도 벤치에서도 정진기, 전민수, 김기환 등이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구창모는 재활 등판까지 한 차례 했지만 결국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이용찬을 영입했음에도 불펜진은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 필승조 재편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팔꿈치 통증으로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만 나서면서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포수 양의지가 없자 투수진도 흔들리는 모양새가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술판 징계로 빠진 선수들 때문에 세대교체 작업이 의도치 않게 진행됐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만족감과 별개로 성적까지 얻지는 못했다. 한 여름, 술판 모임이 없었다면 NC 순위는 순위표 위쪽이 아니었을까. 그날의 사건 하나가 NC 구성원 모두가 꿨던 ‘왕조’의 꿈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했다.

박석민은 2016년 삼성을 떠나 NC와 4년 96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2020년을 앞두고 2+1년 총액 34억 원의 2번째 FA 계약을 했다. NC의 첫 한국시리즈 주역을 활약했으나, 올 시즌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겼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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