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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형병원, 대장동사업 관여 의혹… 수익 낸 사모펀드는 돈출처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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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화천대유 초기자금 출처 의혹 확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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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회사들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빌려주고 화천대유로부터 최소 1000억 원이 넘는 분양수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뿐 아니라 제3의 민간업자에게 거액의 대장동 개발이익이 흘러갔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형 병원그룹과 대기업 사회공헌재단이 이들 민간 투자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초기 투자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 대장동 분양수익 챙긴 ‘얼굴 없는 투자자’

동아일보 취재팀이 28일 화천대유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투자사인 ‘엠에스비티’와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에 대장동 개발자금을 빌려줬다. 이후 화천대유는 이 대출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엠에스비티와 킨앤파트너스는 원리금 대신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하는 아파트 분양수익을 받게 됐다. 화천대유에 돈을 빌려준 여러 민간 사업자 중 분양수익을 받은 건 이 두 곳뿐이다.

엠에스비티는 화천대유에 2015∼2017년 총 131억 원을 빌려주고, ‘A11블록(판교더샵포레스트)’ 분양수익을 받기로 했다. 같은 기간 457억 원을 빌려준 킨앤파트너스는 ‘A1, 2블록(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 분양수익 800억∼1000억 원을 연내 받을 예정이다. 화천대유와 자금 거래만으로 원금을 2∼3배로 불린 셈이다.

엠에스비티 자금을 화천대유 쪽으로 끌어온 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당시 엠에스비티 이모 전 대표와 부인인 김모 전 감사는 정 회계사와 2009년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런 투자 관계에 대한 의혹이 커진 것은 화천대유가 엠에스비티 대여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해준 2017년 11월 당시 엠에스비티 대표가 A병원의 법무실장인 서모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A병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3년 분당구 보건소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인근에 보건소를 지어주는 협약을 성남시와 체결했다. 당시 서 변호사가 A병원의 총괄 법무실장을 맡고 있었다.

서 변호사는 2018년 8월 엠에스비티를 그만둔 뒤 바로 다음 달 9월 A병원을 그만두고 한 법무법인으로 옮겼다. 이 법무법인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변호를 맡았다.

○ 화천대유에 투자한 자금 출처 ‘오리무중’

일각에선 부동산업계에서 잘 알려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B투자운용의 김모 대표가 엠에스비티와 A병원을 이어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엠에스비티의 이 전 대표 부부는 2000년 김 대표가 설립한 부동산 컨설팅사인 ‘저스트알’의 임원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김 대표는 A병원과도 사업상 가까운 사이였다. B투자운용사는 2009년 A병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한 건강관리 전문 의료기관의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리츠의 최대 주주는 A병원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다. 서 변호사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이 리츠의 임원을 맡고 있다.

B투자운용 김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감사와 서 변호사는 알지만, 두 사람을 소개하지는 않았고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A병원 관계자는 “엠에스비티는 관련이 전혀 없다. 서 변호사가 엠에스비티 대표였던 사실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했다.

이후 엠에스비티는 2019년 사모펀드인 리딩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신탁 1호에서 250억 원을 빌렸다. 이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A11블록 분양수익을 담보로 제공했다. 배우 박중훈 씨의 개인 회사는 이 사모펀드에 10억 원을 댔다. 나머지 240억 원의 출처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엠에스비티가 돈을 갚지 못하면 A11블록 분양수익이 화천대유에서 엠에스비티를 거쳐 박 씨를 포함한 익명의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빌려준 457억 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댔다. 최 이사장은 2015년 400억 원을 연 10%의 고정 이자에 킨앤파트너스에 빌려주고 2016년 226억 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일각에서는 이자수익이 아니라 분양수익을 염두에 두고 대출금을 투자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킨앤파트너스가 SK그룹의 계열사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최 이사장 측은 “초기 투자금이 필요했던 화천 측이 애초부터 투자금 약정 전환을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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