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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View & Review] 싼 배터리로 바꿀래…테슬라·벤츠 변심에 심란한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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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불을 댕겼다. 테슬라는 최근 투자설명회에서 주력 차종인 ‘모델3’과 ‘모델Y’에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도 26일(현지시간) 차세대 전기차 모델인 ‘EQA’와 ‘EQB’ 등에 2024∼2025년부터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했다.

테슬라와 벤츠가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린 건 ‘원가 경쟁력’ 때문이다.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원자재를 사용하는 NCM 배터리보다 리튬과 인산철을 배합하는 LFP 배터리의 가격이 싸 결과적으로 전기차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기차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건 물론, 상대적으로 싼 배터리를 쓰면서 경쟁 차종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면 판매 마진이 커진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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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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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는 각각 장단점이 분명하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부피가 크다. 또 한 번 충전해 갈 수 있는 주행거리도 400㎞ 안팎이다. 이에 비해 NCM 배터리는 최근 500㎞ 이상 가는 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LFP 배터리는 방전될 때 리튬이온이 빠져나가도 결정 구조가 열화되는 현상이 적어, 화재 위험성이 더 낮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과 ‘모델Y’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싣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NCM계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Y’의 가격을 올해 들어 6차례 올린 데 반해,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차 가격은 오히려 낮추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 7월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를 중국에서 미국산보다 약 1300만원 낮은 27만6000위안(약 5000만원)에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20% 정도 저렴한데, 테슬라가 LFP 배터리로 차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NCM 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K-배터리 3사의 행보는 엇갈린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기존 NCA 배터리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LFP 배터리의 장점을 고려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우선 적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섭 SK온 사장도 “완성차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LFP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송치헌 삼성SDI 그룹장은 “NCA 배터리에서 비싼 코발트를 제외하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LFP 배터리 못지않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FP 배터리 개발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도 당분간은 NCM 배터리의 성능 향상과 양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에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공장이 모두 NCM 배터리 생산을 위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스텔란티스 합작법인(40GWh)과 오하이오주 GM 합작법인 1공장(35GWh), 테네시주 GM 합작법인 2공장(35GWh) 등도 모두 NCM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SK온의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도 NCM 배터리 공장이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 2025년부터 연산 23GWh 규모의 NCA 배터리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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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SK이노 미국 배터리 공장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에 맞서고 있는 일본의 파나소닉도 일단 NCM 배터리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파나소닉의 타다노부 가즈오 에너지사업 총괄은 테슬라에 탑재할 4680 배터리 셀 시제품 공개행사에서 “더 저렴한 전기차를 위해 값싼 LFP 배터리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버스와 트럭을 제외한 승용 전기차 부문에서 LFP 배터리의 올 상반기 점유율은 약 11%다. 이 중 95%를 중국 업체들이 출하한 상황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의 다른 행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NCM 배터리가 시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업체들이 이미 LFP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 BYD 등 중국 업체와 경쟁해 이길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LFP 배터리의 추가적인 성능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NCM 배터리의 경우 니켈 비중을 늘리고, 코발트 비중을 줄이는 하이니켈 트렌드로 나아가면서 주행거리는 더욱 늘어나고 제조원가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이에 대해 “배터리 공장은 설비 투자에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면서 “현재 한국이 가진 기술의 강점을 살리는 게 우선이고, 시장이 찾는 기술은 너무 뒤처지지 않게 개발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병주 산업1팀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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