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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분기 성장률, 예상 못미친 2.0%…S 공포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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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았다. 사진은 지난 14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 줄지어 있는 컨테이너 트럭.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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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속보치·전 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CNBC 등의 시장전망치(2.8%)보다 낮았고, 전 분기(6.7%)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31.2%) 이후 가장 낮다.

3분기 성장률 부진은 미국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얼어붙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1.6%(연율 기준)로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2분기(12%)와 비교하면 급락 수준이다. 자동차 구매 둔화가 소비 부진의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서비스와 여행, 외식 지출도 크게 줄었다. 상무부는 “3분기에는 기업 대출 탕감과 가계에 대한 사회복지 지원 등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지원이 모두 감소하면서 소비지출이 크게 둔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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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성장률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과 델타변이로 인한 경기 회복세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샘 불러드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야후파이낸스에 “물류대란과 노동력·원자재 부족으로 공급이 줄어들며 상품 지출이 줄고,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서비스 지출도 둔화한 것이 경기 침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3분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졌다. 경제 성장 속도는 느려지는데 물가는 치솟고 있어서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5개월 연속 5%를 넘었다.

물류 정상화까지 최소 10개월 전망

WSJ는 “12월까지 CPI 상승 전망이 5.25%로 나왔다”며 “10~11월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1991년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장기간 5%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필 올랜도 수석 증시전략가는 “19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돌아오려 한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세 속 지속성을 가진 기업이 주목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과 같은 상황이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향후 몇 달 안에 진정될 것이고, 4분기 소비가 반등하며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BMO자산운용의 채권부문 책임자인 스콧 킴볼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이고 앞으로 사그러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델타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세도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델타변이의 효과가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는 성장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물류대란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에 40억 달러(약 28조944억원)어치의 수입품을 실은 선박 수십 척이 대기하고 있다. 미 댈러스 연방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텍사스주 기업 경영인 중 41.3%가 물류 정상화에 최소 10개월이 걸린다고 응답했다.

노동력 부족도 여전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구인공고가 나온 일자리는 지난 8월 1040만 개였다. 미국 기업들이 1000만 명 넘는 직원을 못 구했다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내년 여름부터 바리스타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14달러에서 17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에 지난 8월 한 달 동안 430만 명의 미국인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그만뒀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에너지 문제가 미국 경제 가장 큰 복병”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급망과 노동력 부족은 경기 둔화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WSJ도 “설문 결과 경제학자 약 45%가 내년 하반기가 돼야 공급 병목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개월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넘기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도 연초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조셉 라보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미국 경제에 공급망 문제보다 에너지 비용이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도 변수다. 영국 자산운용사 제너스핸더슨의 제이슨 잉글랜드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고 더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ed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2일 “공급 제약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수개월 동안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축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Fed가 시장 예상보다 빨리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금리 인상을 하면 주식시장 등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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