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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페이스북...“갈등·분열 조장” 美 당국 조사 착수, 저커버그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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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저승사자'가 이끄는 FTC 나서
페북 "조사 협조할 것"…증거 보존 조치
의결권 55% 가진 저커버그 견제 어려워
한국일보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 앞에 위치한 '좋아요' 표지판 앞을 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멘로파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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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내부 고발자의 폭로와 미국 주요 매체들의 집중 포화로 곤경에 처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이번엔 연방정부 조사까지 받게 됐다. 칼을 빼든 곳은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연방거래위원회(FTC)다. 서슬 퍼런 규제 기관까지 숨통을 조여 오면서 페이스북은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다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막강한 의결권 탓에 회사차원에서 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높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FTC가 페이스북 내부 문건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잇따르는 회사 관련 폭로의 후속조치다. 그간 페이스북이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열,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며 △자회사 인스타그램 역시 10대 소녀 등 이용자 정신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내용이 속속 드러났다.

폭로자는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다. 그는 미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수백 건의 내부 문건을 제공했다. WSJ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 미국의 17개 언론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폭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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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멘로파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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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이 커지자 연방기관이 팔을 걷어붙여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FTC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기업들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 관행을 규제하는 기관이다. ‘빅테크 킬러’로 불리며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판적인 리나 칸 위원장이 수장이다. 안 그래도 반(反)독점 혐의로 FTC로부터 피소되는 등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페이스북 입장에선 이중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일단 FTC는 일련의 문건에 드러난 회사 사업 관행이 2019년 해당 기관과 회사 측이 체결한 합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FTC에 50억 달러(5조8,615억 원)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당국의 엄포에 페이스북은 일단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다. 이날 회사는 “조사에 계속 협조할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증거 보존 조치도 내렸다. 전날 밤에는 직원들에게 “정부와 입법부가 회사 운영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사업 관련된 2016년 이후 내부 문건과 통신 내용을 보존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악재가 겹치면서 ‘책임자 처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회사를 이끄는 CEO에게 쏠리고 있다. 앞서 하우건은 미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궁극적으로 모든 책임은 숫자(실적) 주도적인 조직을 만들고 숫자와 효율에 의해 결정을 내린 저커버그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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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018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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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페이스북 차원에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상 저커버그가 의결권을 55% 이상 쥐고 있어, 회사 내에서 그를 견제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상장사이긴 하지만 주주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 회사 주식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클래스A’ 주식과 거래되지 않는 ‘클래스B’, ‘클래스C’ 등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 통상 일반 주주들이 가진 클래스A는 주당 한 표의 의결권이 있다. 반면 저커버그와 내부 인사들이 대부분 보유한 클래스B는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지녔다. 클래스C는 의결권이 없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전체 주식의 절반도 보유하지 않았지만 막강한 ‘입김’을 지닌 것이다. 주주들이 모두 뭉친다고 해도 그를 내쫓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CEO가 아닌 왕”이란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에 대한 다른 압박 수단도 마땅치 않다. CNN은 “페이스북 광고의 절대 다수는 소상공인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대형 광고주들이 불매 운동을 벌인다고 해도 회사 수익에 큰 타격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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