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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다음달 핵합의 복원 협상 복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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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적 대응' 예고에 이란도 한발 물러나
이란, 원점서 재협상 시사·美 합의 보증 요구
핵합의 복원 난관… 바이든 외교정책도 차질
한국일보

이란 외무차관이 14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을 만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재개 여부를 논의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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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 올 6월 이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협상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세예드 이브라힘 라이시 정부가 대(對)서방 강경파라 핵합의 복원까지는 이전보다 더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란 협상팀을 이끄는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 등 EU 측 협상 관계자들을 만난 뒤 “11월 말 전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정확한 날짜는 다음 주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최근 미국이 핵 협상 재개에 미온적인 이란을 향해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압박해 오자, 이란도 일단 한발 물러나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파기된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올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해 왔다. 핵합의 당사국인 6개 나라 중 미국을 제외한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이 중재하는 ‘간접 방식’이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면서 2015년 핵합의 원상 복구 외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까지 보완한 새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섯 차례 만남에도 결실을 얻지 못했다.

어렵사리 양측이 다시 마주 앉게 됐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협상 중단 지점부터 대화를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 정부 시절 이미 합의된 사안들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핵합의 복원 협상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에 다시는 핵합의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비핵 제재’까지 포괄한 완전한 제재 해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

WSJ은 “양측 간 입장차가 워낙 큰 탓에 협상 재개 후에도 이란은 유럽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과 간접 협상을 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협상이 길어질 경우 외교 정책 중심을 중동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려는 미 행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이란을 압박할 수단이 많지 않다.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거나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은 이란이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될 우려가 있다. 최근 에너지 공급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에서 원유를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수입하고 있다. 마이클 싱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을 때 맞이할 결과를 더욱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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