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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유로…대통령도 탄핵심판 헌재, 차관급 법관은 판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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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실익 없어” 9명 중 6명 각하·절차종료 판단

3명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중대한 헌법 위반”


한겨레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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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최고위직인 현직 대통령 2명에 대한 탄핵심판 본안 판단을 통해 중대한 법 위반 행위 여부를 판단했던 헌법재판소가,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차관급 법관에 대해선 본안 판단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심판에 넘겨진 임성근(57·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더 이상 현직 법관이 아니어서 파면을 목적으로 하는 탄핵심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각하 또는 심판절차종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 모두 사법행정에 익숙한 판사 출신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판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법관이 조언·의견·충고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위헌적 행위를 두고 퇴임과 탄핵의 관계만 기계적으로 따졌다는 비판이 정치권 등에서 나온다.

■ 다수의견 “탄핵 대상은 현직 판사여야”

탄핵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이 필요하다. 재판관 9명 중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 5명은 임 전 부장판사가 ‘현직 판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각하 의견을 냈다. 각하는 소송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더는 심리하지 않는다는 결정이다. 탄핵은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더는 판사가 아닌 임 전 판사를 국회가 파면해달라고 청구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핵심판 대상은 “전직이 아닌 현직을 의미한다. 탄핵 결정 선고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견 쪽에 선 재판관들은 임 전 부장판사 행위가 위헌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본안 판단 앞에서 심리를 멈췄다.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소추한 국회는 ‘재판 개입 행위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본안 판단을 통해 위헌 여부를 가려줘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각하가 아닌 심판절차종료 의견을 낸 문형배 재판관도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문 재판관은 임 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자체는 적법했으나, 임 전 판사가 법복을 벗은 시점(3월1일)부터 심판절차가 종료됐다며 더는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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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의견 3명 “중대한 헌법위반 확인”

탄핵심판 정족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유남석(헌법재판소장)·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자체 본안 판단을 통해 임 전 부장판사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사법부 내부에서 발생한 재판 독립 침해 문제가 국회 탄핵소추 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이다. 헌재가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판 독립 침해 문제에 사전 경고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며 각하·종료 의견을 낸 재판관들과 달리 본안 심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법원행정처 요청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추측성 칼럼을 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판결문 작성 개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재판개입 △도박혐의로 약식기소된 프로야구선수에 대한 공판회부절차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들은 모두 임 전 부장판사 의견과 동일하게 결론이 지어졌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임 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전국 최대 법원 형사부 사건 배당을 주관하고, 중요사건 보고 중간결재자로 “사실상 법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위를 이용한 재판 개입 행위가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봤다.

이들은 또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 조직이 조언, 의견 제시, 충고 등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 독립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 독립 침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용인하게 된다.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한 바 있다.

김기영 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가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에 개입했으나 별다른 징계 없이 대법관까지 역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사례를 들었다. 김 재판관은 “당시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위헌적 행위에 대한) 어떠한 공적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고,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했다. 당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 재판에 개입·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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