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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진서 결승 합류, 박정환과 패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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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삼성화재배 놓고 3번기

천신만고. 마침내 한국 바둑 1·2위간의 ‘형제 결승대결’의 꿈이 열매를 맺었다. 제26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마스터스서 6년 연속 우승을 독차지해 오던 중국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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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적 양딩신을 꺾고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른 신진서. 1일부터 박정환과 결승 3번기를 벌인다.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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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과 중국을 잇는 인터넷 망에서 속개된 준결승 2일째 대국에서 22개월 한국 톱랭커 신진서(21)가 중국 2위 양딩신(23)을 277수만에 흑 불계로 눌렀다. 신진서는 전날 자오천위전를 제쳐 결승에 선착해 있는 한국 2위 박정환(28)과 1일부터 우승 상금 3억원을 걸고 결승 3번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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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는 2020년 LG배,, 올해 춘란배에 이어 3번째 메이저 세계타이틀 정복에 나선다.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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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리는 난타전이었다. 양딩신은 중국 최연소 입단(9세 9개월)과 최연소 우승(13세 6개월) 기록 보유자답게 중반까지 대세를 장악했다. 흑을 쥔 신진서는 초반 좌하귀 절충에서 약간 유리하게 출발한 뒤 중원 싸움서 한때 AI 승률이 50%를 밑도는 고전 속에서도 끈질기게 버틴 끝에 끝내기에서 승세를 확립했다. 백의 막판 실수(188)가 치명타였다.

이날 바둑도 전날 준결승에 이어 두 기사 모두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는 사투였다. 둘 간의 통산 전적은 5승 5패로 균형을 되찾았다. 한·한 결승전은 2020년 2월 24회 LG배(박정환 대 신진서) 이후 1년 9개월만이다. 1988년 제1회 후지쓰배 이후 통산 121번째 메이저 국제대회 주인을 가리는 대회이기도 하다.

신진서는 종국 후 “2년 연속 결승에 올라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한국의 우승이 확정된 게 기쁘다”며 “많이 흔들렸지만 평소 60초 초읽기를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준비를 잘 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결승 임전 소감을 밝혔다.

신진서의 페이스는 마치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올해 들어서만 국제 타이틀 1개(춘란배)를 포함해 무려 5번 우승했다. 국제대회로만 따지면 지난 연말 거둔 1승을 포함해 16연승(외국기사 상대 15연승)을 질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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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신진서와 10번째 결승을 치르게 된 박정환. 초기 3연승 후 6연패 중인 박정환이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서 우승을 따낼지 주목된다. /한국기원


통산 타이틀 수는 국제 우승 2개를 포함해 모두 21개. 현재 춘란배,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 명인전, 바둑왕전 등 5관왕이다. 한창 진행 중인 제1기 우슬봉조배까지 손에 넣을 경우 국내 전관왕으로 등극한다. 또 LG배(8강), 잉씨배 및 삼성화재배(결승 진출)등에서 내년 초까지 국제 우승 재고(在庫)를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총 전적은 28일 현재 65승 14패. 다승과 승률(82.3%) 모두 1위다.

박정환에겐 통산 5번째 국제 메이저 대회 정상 노크다. 2011년 제24회 후지쓰배서 중국 추쥔을 누르고 첫 세계 정상에 오른 뒤 19회 LG배(2015년)에선 김지석을, 3회 몽백합배(2018년)와 12회 춘란배(2019년) 때는 박영훈을 각각 결승서 꺾었다. 유독 삼성화재배서만 3차례 4강에 머물며 결승조차 밟아보지 못하다가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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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에 역전패,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이 좌절된 중국 2위 양딩신. 신진서와는 통산 5승 5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기원


박정환은 만 2년째 타이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제2회 용성전 우승으로 31번째 우승을 따낸 이후 만 2년간 타이틀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신진서와 겨룬 여섯번의 결승서 모두 패했기 때문. 2020년 2월 제24회 LG배서 당한 0대2 패배가 출발점이자 분기점이 됐다. 올해 전적은 28일 현재 51승 18패.

박정환 대 신진서전은 예측이 어렵지만 각종 데이터로 볼 때 신진서의 박빙 우세가 점쳐진다. 통산 전적도 25승 20패로 신진서가 우세하다. 올해만 따지면 최근 2연승 포함 7승 3패로 리드 중이다. 비공식 세계랭킹 사이트인 ‘고 레이팅’은 신진서, 박정환, 커제를 1~3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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