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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탄핵 5명 '각하'에도…'진보' 3명 "중대한 헌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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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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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심판을 받은 임성근(57·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8개월 만에 각하됐다. 임 전 부장판사가 지난 2월 임기만료로 퇴직해 ‘공직에서의 파면’이라는 탄핵 심판의 이익이 사라졌다고 다수 재판관이 해석했기 때문이다.



재판관 다수 5인 “퇴임 이후 파면 불가능…탄핵 청구 부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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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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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28일 오후 2시 재판관 9명의 과반수인 5명이 각하 의견을 냄에 따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각하했다. 지난 2월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8개월여만이다.

이번 탄핵 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 중 하나는 ‘임기 만료로 퇴직한 법관에 대해 탄핵 심판의 이익이 있는가’였다. 헌법 제65조는 1항은 법관이 직무 수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4항에서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그 효력을 규정한다. 이 때문에 탄핵 결정 전 퇴직한 임 전 부장을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이 가능한지가 논란이 됐다.

국회는 지난 2월 4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직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법관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퇴임이 예정된 상태였다. 법관은 10년마다 재임용 신청과 심사를 거치는데 임 전 부장판사는 재임용 절차 없이 2021년 2월 말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 예정자였던 셈이다. 이에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 심판에 회부된 뒤 2월 28일을 끝으로 법관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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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각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재판관 9명 중 5명은 임 전 부장판사가 탄핵심판 중 퇴직했으므로 심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퇴직해 이 사건 심리를 마친다 해도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탄핵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청구가 부적법해 각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 결론은 함께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달리한다며 “공직자가 탄핵 심판 중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별도로 냈다.



‘진보’ 3인은 “퇴직해 파면 못하지만…중대한 헌법위반 확인”



반면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탄핵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고,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을 확인한다”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탄핵 심판은 한 공직자의 신분을 박탈하는 목적뿐 아니라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한다는 목적도 있으므로 이 사건 본안 판단을 통해 헌법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년~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며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야구 선수 도박 약식명령 사건,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됐다. 3인의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는 사무 분담이나 인사 평정 등 다른 판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서 여러 차례 재판에 개입하고 판결서 작성에도 개입했다”며 “이런 행위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103조에 위반된다”고 명시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내용으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규정한 조항이다.

3명의 재판관은 이어 “재판 독립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며 “임 전 부장판사를 공직에서 파면해야하지만 이미 퇴직해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고 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별도로 ‘심판절차종료’ 의견을 냈다. 이는 소추 자체의 적법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수 의견인 ‘각하’와는 다르다. 탄핵소추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소추는 적법했다 하더라도 심판 중 퇴직으로 절차를 종료해야 할 사유가 생긴 것에 해당하므로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한 2021년 3월 1일 자로 헌재는 심판 절차 종료를 선고해야 한다는 게 문 재판관의 의견이다.



보수 4인+이미선 ‘각하’…진보 쿼드(4인) ‘적법’ 갈렸다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9명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특히 앞서 중앙일보가 헌법재판소 결정문 분석을 통해 ‘진보 쿼드’(quadㆍ4)로 분석한 재판관들은 “탄핵 심판 청구는 적법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반면 당시 보수·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4명의 재판관은 “탄핵청구는 부적법해 각하”라는데 의견이 합치됐다.

지난 3월 중앙일보는 현 9명 재판관 체제가 만들어진 2019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1년 8개월간의 헌재 결정문 270건을 통해 헌재 재판관의 지형도를 분석했다. 이 중 정치적 파장이 컸거나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 주요 사건 33건은 별도로 추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남석·김기영·이석태·문형배 재판관은 주요 사건 33건 가운데 32건(97.0%)에서 같은 의견을 제시했고, 이미선 재판관은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보수 재판관 의견에 서기도 해 ‘진보 쿼드+1’ 재판관이 헌재 결정을 움직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탄핵 인용 의견을 낸 3인의 재판관과 문 재판관은 “소추는 적법하다” 데는 의견이 같았다.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도 다수의견과는 별도로 “탄핵심판 중 공무원 신분을 잃더라도 본안 판단을 거쳐 위헌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반면 분석에서 보수·중도의견으로 분류한 이선애·이종석·이영진·이은애 재판관은 일치된 각하 의견을 냈다. 4인의 재판관은 “직무 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 결정을 내달라”는 국회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4인의 재판관은 “개인의 위법 행위와 상관없이 행위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될 경우 행위의 법 위반만 별도로 확인하는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임 전 부장판사의 소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별도 형사재판 1·2심도 무죄, 탄핵 재청구는 불가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 소추 이유와 같은 사유로 형사 재판도 받고 있다. 임 전 부장판사의 1·2심은 탄핵 재판에 앞서 직권남용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헌법은 탄핵 심판 결정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한다.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선고 직후 “다수 의견이 본안 판단을 회피해 헌법 수호기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극히 유감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초래하여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임 전 부장판사의 대리인은 “소수 의견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에 반한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법정 의견이 아닌 소수의견 대해 대리인이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 같은 소추 이유를 들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판을 재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파면 결정시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거론됐던 공무원 임용 5년 제한 규정이나 변호사 등록 제한도 일단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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