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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이잉원 총통, 대만 내 미군 주둔 인정…미 ‘전략적 모호성’ 정책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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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인터뷰서 중국 침입시 “미국이 방어할 것”

바이든 대통령도 “방어 의무 있다” 밝히기도


한겨레

차이잉원 대만 총통 타이페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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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군 훈련을 위해 소규모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또 중국의 침공 등 대만 유사시 미군이 방어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뒤 대만 방어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미국의 정책이 기로에 선 모양새다.

차이 총통은 27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2016년 취임 이후 중국의 위협이 날마다 커지고 있다”며 “대만의 자체 방어 능력 향상을 위해 미국과 광범위한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알려진 것보다는 많지 않다”고 답했다. 대만 당국이 자국 내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1979년 미-중 수교와 함께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동 폐기하고, 주둔 미군도 철수시켰다. 공식적으로 미국의 외교공관 구실을 하는 ‘대만주재 미국협회’(ATI) 경비를 위해 소수 해병 병력이 주둔하고 있을 뿐이다. 대만에 그 외 병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7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 특전사 요원과 지원 병력 등 20여명이 대만 지상군 병력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해병대 소속 일부 병력도 대만 해군 쪽에 상륙작전 대비용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면서였다. 차이 총통은 나아가 ‘중국이 침공하면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대만과 미국이 맺어온 관계를 놓고 봐도, 미국 내 여론과 미 의회의 지지를 놓고 판단해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대만과 단교한 뒤 미 의회가 통과시킨 ‘대만 관계법’은 “대만이 자기 방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에 무기 수출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유사시 무장 개입과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 없이 “평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어떤 시도도 미국은 깊이 우려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다.

대만을 자국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라 주장하는 중국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수교 협상에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대만의 주권이 어디에 귀속되는지에 대한 특정 입장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이런 모호함은 이른바 ‘이중 억지’ 원칙에 따른 것이다. ‘대만의 지위’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지 않음으로써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행동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모두 차단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시엔엔> 방송 주최 대담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백악관이 “대만 관련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다”고 무마했지만, 미국이 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차이 총통의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이날 입법회에 출석해 “미군은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니며, 군사훈련 교류-지원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중국 쪽에선 외교부와 국방부가 동시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이 중국 영토란 사실은 바뀔 수 없다.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이를 지지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탄커페이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환상을 버리지 않고 ‘살라미 전법’으로 미국-대만 군사관계를 강화하려 한다면 중국은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며 “인민해방군은 필요한 일체의 초지를 취해, 외부 세력의 간섭과 이른바 ‘대만 독립세력’의 분열적 행동을 막고,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6s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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