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만·남중국해 놓고 치열한 공방…'강압행위'vs'개입말라'

바이든 “대만과 바위처럼 단단한 약속"

리커창, 직접 거론 없이 美견제

대만 놓고 미중 간 갈등 고조하나

차이잉원, 미군 일부 첫 인정…지원 호소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김무연 기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나란히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미·중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그동안 강경한 입장을 보면서도 서로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던 미·중이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같은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며 미·중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리커창 참석 EAS서 中 정면 비판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참석한 EAS에서 중국을 겨냥한 듯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위협에 관한 우려를 표시했다. EAS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18개국이 참여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rock-soild)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 걸쳐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남중국해를 포함해 해상의 자유, 개방된 항로, 방해받지 않는 통상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면서 중국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 홍콩 주민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도 했다. 모두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발언들이다.

백악관은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전념을 재확인하면서 개방되고 번영하며 안전한 지역 추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 목표를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경제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전문가들로부터 받았다고 연결하면서도 이것이 새로운 무역합의에 관한 것은 아니라는 당국자 발언을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필리핀을 찾은 이후 4년 만에 처음이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발언한 리커창 총리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도 남중국해 갈등 해결과 관련해 ‘당사국 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개입을 견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상품 무역국이며 상품 무역의 6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은 중국의 중대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공동 노력 덕분에 남중국해 정세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해왔고 ‘항해와 상공비행의 자유’에 문제가 생긴 적도 없다”며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 국가들의 노력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당사자로서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해 남중국해 문제를 유엔해양법 등 국제법에 따라 지역 현실에 맞춰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 적절히 처리해 왔다”면서 “남중국해를 평화, 우정, 협력의 바다로 만드는데 있어 각 측이 역내 국가들을 지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AFP)

대만 “민주주의 동맹국, 中 침공시 지원 기대”

대만은 보란 듯 미국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차이 총통은 27일(현지시간) 차이 총통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대만군 훈련을 위해 일정 규모 주둔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대만이 공격받을 시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원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는 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에서 주둔군을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차이 총통은 또한 “다른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우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등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이 매일 커지고 있다”라면서 “대만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등대’”라고 호소했다.

차이 총통은 이례적으로 미군의 주둔을 인정하고 주변국의 원조를 호소하고 나선 것은 최근 양안(대만과 중국)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이달 초 중국은 총 150대의 전투기, 핵폭격기 등 군용기를 대거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TADIZ)에 진입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과 평화 통일을 원한다면서도,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

관영 베이징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창안제즈스’(長安街知事)는 28일 “차이잉원이 능동적으로 미군이 대만에서 (대만군) 훈련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을 더욱 심화시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더욱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과 중국은 70여년 전 국공 내전이 끝난 후 국민당이 대만으로 후퇴한 이래로 분리됐다. 본래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는 대만의 몫이었으나, 훗날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대만은 UN에서 지위를 상실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대만과 단교했으며 중국 또한 대만을 하나의 지방 행정 구역으로 취급하고 있다.

차이잉원은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 정부가 친중 행보를 걷는 것에 반대해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16년 대만 사상 최초로 여성 총통에 취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뛰어들고 반중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대만의 UN 참여 방안을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