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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별세는 '화해' 문 열었나 상처를 건드렸나…엇갈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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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가교·가족 통한 5·18 사과…시민군 박남선씨 "이제 화해하고 용서했으면"

'국가장' 납득못하는 광주·전남, 조기 게양도 안하기로…與 내부서도 이틀째 '반발'

뉴스1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 정부는 국가장을 결정했다. 2021.10.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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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지역·계층·정치세력들이 하나 된 대한민국을 위해서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지낸 박남선씨)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5월 3단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 사흘째인 28일 대한민국은 고인에 대한 두 가지 시선으로 엇갈렸다. 전국 일부 지역에서는 분향소가 설치됐지만 광주시는 조기 게양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정부는 국가장(國家葬)을 결정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 가족의 '사죄'·최초의 직선제 대통령…"화해의 미래로"

정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진압 책임과 같은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유족이 수차례 사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대한민국이 아픈 현대사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우 정권 당시 학생운동으로 두 차례 감옥에 다녀왔다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빈소를 찾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본인이 과오에 대해 죽음을 앞두면서도 죄송하다, 용서를 빈다고 한 그 마음과 진정성을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맞서 싸웠던 우리 세대도 이젠 이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광주의 아픔은 아픔대로 위로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고인은 과거 독재의 모든 걸 끌어안고 직선제를 통해 대통령이 되셨다. 우리나라의 새 미래를,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 그 분의 가치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던 박남선씨는 전날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살다보면 잘잘못이 있다. 통렬히 반성하는 입장이 있다면 굳이 국가장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것은 5·18 (관계자) 전체의 생각이 아니라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저 개인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41년 전 광주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그들의 기억은 여전히 또렷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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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오른쪽)씨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서 유족인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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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통한 '대리 사과'…"유가족이 가족장 요청했어야"

국가장 결정이 아직 아물지 않은 광주의 상처에 재를 뿌렸다는 비판도 많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광주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육성으로 직접 사과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는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에 대해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라는 말을 평소에 하셨다"고 전했다.

국가장 결정에도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국기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5·18 피해자와 지역 정서를 감안한 결과다.

고인의 장지로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파주시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9일 파주 안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경기도 내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분향소 설치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틀째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장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가족들이 가족장을 강하게 (요청)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 7명 전원(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과 6월 민주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의원, 운동권 출신 오기형 의원은 전날 국가장 예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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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련된 빈소에서 입관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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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평가도 엇갈려…"현대사의 한 페이지 넘기는 과도기"

시민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서울에 사는 30대 박영인씨는 "분향소에 한번 갈 예정"이라며 "광주를 존중하고 고인의 과오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지만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20대 김정인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와서 그런지 (국가장 결정에) 화나는 감정이 앞서기는 했다"며 "부모님의 생각을 여쭤보지는 못했다. 여쭙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격에 맞으려면 최대한의 예우는 갖추는 것이 맞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차이가 크다"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중에 국가장을 요구하는 빌미를 줬을 수도 있지만 이와 대비돼 그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물론 광주와 여당 인사들이 반대하는 것도 너무나 이해가 되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전 전 대통령도 떠나면 역사의 한 페이지는 완전히 지나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아픈 현대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과도기"라고 분석했다.
yoo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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