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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채용형' 인턴 줄인 공공기관, 스펙용 '체험형'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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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JOB콘서트'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취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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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은 큰 폭으로 늘면서도 '채용형' 인턴 선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채용과 연계 없이 청년 ‘스펙’ 쌓기로 이용되는 단기 일자리고, 채용형은 인턴 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선발하는 제도다. 체험형 인턴을 늘리면서도 신규 채용은 거의 하지 않는 공공기관도 다수였다. 신규 채용을 늘리긴 어려운 공공기관이 청년고용 실적을 위해 체험형 인턴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입사원 0명, 체험형 인턴 275명



27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기획재정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체험형 인턴으로 66명을 채용한 강원랜드는 올해 275명의 체험형 인턴을 선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강원랜드가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뽑은 신규 채용 인원은 3명에 불과하다. 채용형 인턴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0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해 118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2019년(510명)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올해는 86명을 뽑았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채용형은 1명도 뽑지 않았다. 반면 체혐형 인턴은 2017년엔 137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219명), 2019년(257명), 2020년(404명)에 이어 올해는 396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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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과 체험형 인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한국환경공단은 5년 전보다 5.5배 늘어난 171명의 체험형 인턴을 뽑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지난해 뽑은 채용형 인턴 숫자는 0명이다. 신규채용은 2019년 363명에서 지난해 166명, 올해 2분기까지는 11명으로 줄었다.



체험형 인턴 규모, 올해 역대 최대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관련 인건비 지출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채용 숫자가 늘어난 데다 최저임금 상승 등이 반영되면서다. 350개 공공기관을 합쳐 1만953명을 선발한 2017년에는 666억원이 나갔다. 이후 2018년(1만6655명·897억원), 2019년(1만6842명·1190억원), 2020년(1만6742명·1241억원)으로 증가세다.

특히 올해 체험형 인턴 채용 규모는 역대 최고인 2만221명이다. 예상지출은 1585억원에 달해 2017년보다 2.38배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채용형 인턴은 2018년(6631명), 2019년(4767명), 2020년(3911명), 올해는 2분기까지 1337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정규직 신규 채용도 2019년 정점을 찍은 이후 급감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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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수 및 지출 인건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턴 끝나면 취준…“통계 분식용 일자리”



심평원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한 적 있는 손모(29)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손세정제가 떨어지면 리필하는 등 잡무를 주로 했다. 인턴으로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을 받은 건 없다고 느꼈다”며 “대학 졸업하고 취업 못 했는데 월 180만원 정도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인턴 기간 끝나고 다시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손씨처럼 실질적으론 취준생이라도 체험형 인턴 기간 중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정부의 고용 통계는 1주에 1시간이라도 돈을 받고 일했다면 취업자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였고,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로 이보다 높았다. 워낙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체험형 인턴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미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업무에 참여하기는 힘들다는 게 현장을 경험한 청년들의 목소리다.

추경호 의원은 “이 정부는 갈수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단 고용통계 수치가 잘 나오게 하는 분식용 단기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이 있다”며 “공공기관을 '알바 체험판'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채용이 전제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청년 고용에는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는 최대 6개월짜리 '단기 알바'만 증가한 셈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자리를 열매라고 한다면 정부는 민간에서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쪽짜리 열매만 가져다 먹이는 꼴”이라며 “지속 불가능한 일자리 지원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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