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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기차 맹주 아직 없다"…폭스콘·샤오미·SONY도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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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만 폭스콘이 이달 공개한 전기 SUV 모델 C. 폭스콘은 전기차 시제품 3가지를 공개하고 2023년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 폭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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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될까. 아니면 무덤이 될까.

글로벌 IT 제조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로의 전환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IT기업인 대만 폭스콘과 중국 샤오미, 일본 소니 등이 잇따라 전기차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전기차가 흔히 기계공학에서 탈피해 전자공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다지만 IT 기업이라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영국의 가전기업 다이슨은 조 단위의 투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쏟아부었다가 2019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폭스콘, 전기차 3가지 모델 공개



아이폰 위탁 제조를 맡고 있는 폭스콘(Foxconn)은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주자로 꼽힌다. 이달 중순 대만에서 연 ‘테크놀로지 데이’에서 폭스콘은 전기차 시제품 3가지 모델을 공개했을 정도다. 세단형 전기차 모델 E,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C, 전기버스 모델 T가 그것이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폭스콘은 더는 전기차 업계에서 새내기가 아니다”며 “준비는 끝났다”고 호언했다.

폭스콘은 이날 선보인 시제품을 2023년부터 판매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사양도 공개했다. 이탈리아 회사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세단형 모델 E는 750마력의 출력을 내고 최대 주행거리는 750㎞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모듈형 조립 방식을 전기차 제조에 도입할 계획이다. 규격화한 부품을 빠르게 조립해 전기차 제조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IT 제조 기업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의미로 시장에선 애플카와 연결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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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오미 레이줜 회장. 샤오미는 최근 샤오미 자동차 법인 등록을 마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알렸다. 향후 10년간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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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샤오미도 도전



중국 가전 기업 샤오미(小米)도 전기차 시장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자회사 샤오미 자동차(小米汽車) 법인을 지난달 등록했다. 샤오미 자동차의 자본금은 100억 위안(약 1조8300억원)이다. 법인 대표는 샤오미를 창업한 레이쥔(雷軍)이 직접 맡았다. 레이줜 회장은 올해 초 “전기차 사업은 제 인생의 마지막 기업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개인적인 명성을 걸고 샤오미 스마트 전기차의 미래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세그웨이를 인수한 샤오미는 전동 킥보드 등을 선보이며 개인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해 있다.

샤오미는 향후 10년간 전기차 사업에 100억 달러(11조 71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가성비를 앞세워 스마트폰 세계 2위에 오른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런 전략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1000만원 이하 소형 전기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행거리 200㎞ 이하로 짧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소니는 전기차 '비전S' 깜짝 공개



전통 IT 제조사도 전기차 부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전산(日本電産)은 정밀 소형 모터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모터를 생산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일본전산은 하드디스크 모터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모터 소형화와 저전력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 모터는 전기차를 움직이는 핵심 부품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선 적은 전력량으로 주행 거리를 늘리는 경쟁이 본격화하는 중이다. 일본전산은 소형 전기차용 모터를 개발한 뒤 이를 중대형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소니는 지난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전기차 비전 에스(Vision S)를 전격 공개해 참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소니가 도로 테스트 드라이브를 끝냈다는 소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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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비전 에스. 소니는 최근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도로 테스트를 마쳤다. 사진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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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와 자동차 업체간 경쟁 계속될 것"



전문가들은 IT 기업의 전기차 진출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각종 부품이 줄어든다.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는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IT기업들 입장에선 한 번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는 것이다. 또 높은 양산효율과 품질도 IT 제조 기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내연기관이 차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에는 중국 기업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지만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중국 기업도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각종 전기차 부품에선 중국 기업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봤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시점에 빅 테크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빅 테크, 완성차 기업의 협력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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