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행복의 추월차선’ 연금 성공 투자법] Interview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 | 은퇴생활에만 사용하는 자산 별도로 책정해야, 부동산 의존하다 ‘짧은 행복 긴 불행’에 빠질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700만 명이 넘는 1차 베이비부머(1955~ 1963년생)가 대부분 은퇴기에 들어갔고, 이와 비슷한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도 은퇴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5060세대는 대부분 은퇴 후 30년을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도 은퇴 준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는 많은 퇴직자들이 금융을 잘 몰라 은퇴자금 문제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적합한 투자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은퇴자금 문제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은퇴자금 규모를 정하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은퇴자금 문제로 고민하는 퇴직 전후의 40대 중반~60대가 자신의 은퇴자금을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지, 이를 바탕으로 은퇴설계와 은퇴투자를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은퇴자 혹은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닥치는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은퇴자, 특히 남자들은 그동안 ‘금융’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들이 많아요. 국민연금이나 금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이런저런 은퇴 관련 금융지식을 찾아봐도 소용이 없어요. 재산은 뻔한데 가족들에게 들어갈 돈은 여기저기예요. 여기서 은퇴자금을 얼마나 빼놓을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계속 생각이 바뀌고 금융기관에 가서 상담을 해도, 의사결정을 못 해요. 결국 본인이 은퇴자금 규모를 정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그나마 금융회사서 은퇴 상담을 해도 건질 수 있는 게 생겨요. 예를 들어 퇴직할 때 건강보험,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어떤 순서대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지 사다리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파악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매일경제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


김 대표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퇴직연금은 은퇴생활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필요한 은퇴자산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순서대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일명 ‘사다리 방식’으로 파악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인 단계부터 각 단계별로 예스, 노 등의 판단을 하면서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본인이 가야 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사다리 방식을 말씀해주셨는데,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퇴직하면 바로 닥치는 게 건강보험 문제예요. 은퇴 후 부모님이나 부부의 병원비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하면 은퇴생활이고 뭐고 다 엉망이 돼버릴 수 있죠.

지금 건강보험은 피부양자제도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일단 부모님이나 부부가 피부양자로 갈 수 있는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만약 그게 힘들면 다음으로 임의가입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봐야죠. 또 누구 이름으로 들어가는 게 좋은지, 단계별로 하나하나 결정해나가야 합니다. 그냥 국민건강 홈페이지만 들여다보면 케이스가 너무 많아 이해하기 힘들어요. 기본적인 걸 먼저 알고 파생되는 걸 하나씩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퇴를 생각하면 국민연금,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생각하는데요. 이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가는 게 좋은가요.

▷정답은 없어요. 퇴직금을 예로 들어 봅시다. 대부분 퇴직 전에는 ‘퇴직금은 연금으로 받을 것’이라 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이게 정답은 될 수 없어요. 6000만원 정도의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월 50만원 정도를 10년간 받게 돼요. 그런데 이 정도라면 결국 6000만원의 목돈이 푼돈처럼 사라졌다고 여겨질 수도 있죠. 금액이 작아서 세제혜택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는 6000만원 이하라면 무조건 일시불로 받으라고 권합니다.

다음은 대출을 갚을지 결정하는 거예요. 대부분 대출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퇴직 이후에는 다시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요. 굳이 억지로 갚는 게 반드시 옳은 행동이 아니죠. 자칫하다 나중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돈이 더 들어갈 수가 있지요. 이런 식으로 따라가다 보면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야 할지, 빚부터 갚아야 할지 등 답이 나오게 됩니다.

현재 퇴직하는 세대는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경우가 다수예요. 나중에 받을 연금은 기껏해야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정도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국민연금은 퇴직시점에 향후 국민연금으로 생활비를 어느 정도 커버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더 납입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등을 정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만일의 경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최후의 소득원이 되는데 이 판단을 잘못하면 추후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이 감액돼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방향을 정했다면 다음으로 고민할 것은 무엇인지요.

▷현재 있는 자금으로 은퇴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궁리해야죠.

흔히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은퇴자산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의 결혼자금, 교육자금 등은 별도로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자산 일부를 자녀의 결혼자금 등으로 사용한다고 칩시다. 나중에 그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부양에 나설까요? 이런 점을 감안해 내 재산 중에서 오로지 은퇴생활에서 쓸 수 있는 은퇴자금을 정해놓고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요. 예금이나 부동산은 그래도 알 수 있지만, 보험이나 연금상품, 투자상품은 자산 기준으로 얼마나 되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부부가 따로 관리하는 돈들도 있죠. 최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쉽게 나의 재산 정보를 찾아내는 방법이 있으니 사용해야 합니다. 내 재산의 현 상황을 파악했다면 이 중에서 은퇴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을 은퇴자산으로 빼놓는 겁니다.

김 대표는 은퇴자산을 결정하기 전에 내 재산 중에서 놀고 있는 돈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돈을 넣어 두거나 투자했던 것이 있는데, 많은 돈을 수익도 없이 그냥 묵히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정리한 이후에 나의 자산 중에서 어떤 것을, 그리고 얼마의 금액을 은퇴자금으로 쓸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퇴자산을 결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소비지출을 꼭 고려해야 해요. 흔히 남자들은 자기 용돈 정도를 생활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세금, 건강보험, 경조사비 등 미소비지출이 생활비의 30%가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착시 현상도 주의해야 합니다. 집값이 얼마다 하면 그게 전부 은퇴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예요. 당장 집은 유동화가 어렵고, 줄여서 이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이전비용도 높고, 대출문제도 있지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자 된 느낌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은퇴자산의 기준으로 보면 착각입니다. 자칫 ‘짧은 행복 긴 불행’이 올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이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70부터 주택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퇴직부터 그때까지 ‘브리지’를 건너야 할 은퇴자산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은퇴자금은 유동화해서 쓸 수 있는 부분만 따져야죠. 상속자산은 은퇴자금이 아니에요.

▶젊은이들이 은퇴를 대비해서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결국 자산을 불려나가야 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금리에 기대지 말고 투자형 상품으로 꾸준히 모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외 주식, 부동산, 리츠, 원자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꾸준히 투자해야 해요. 20년 정도를 투자했다고 하면 평균 구입 단가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적절한 시점에 이를 매각하면 은퇴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IRP 계좌에서 주식형 ETF 등을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김 대표는 현재 은퇴자들의 금융자산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몰려 있고, 일부 자금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되고 있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은퇴자금의 운용은 조건부 원금보장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원금비보장상품 중에서는 ETF 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익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자금운용은 퇴직연금 IRP 상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은퇴자금 중 유동성을 위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면, 수익률을 고려해서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은 연금자산과 투자자산”이라고 덧붙인다.

▶은퇴자 교육 등 국가 단위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나요.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 말고도 은퇴설계 검진 역할을 해줄 곳이 필요합니다. 건강검진은 매년 받으면서 퇴직하면서 은퇴검진은 없잖아요? 주로 은퇴교육 하면 재취업 교육이 주를 이루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죠. 그나마 있는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추가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등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퇴직한 뒤에 기본적인 자금 부분 쪽에서 틀을 잡아놓아야 새로운 일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국가나 교육기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He is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장은 금융권 자산관리대표사인 삼성생명, 삼성증권, 신한은행에서 은퇴자산관리사업과 서비스를 새로 만들고 대중화시킨 은퇴자산 관리 전문가다. 서울대와 대학원을 나와 쌍용증권(현 신한증권)에서 국제금융시장 분석가로 경력을 시작했다. 삼성생명 금융연구소의 금융전략팀장, 삼성증권 전략기획담당과 은퇴설계연구소장,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과 신탁연금사업 본부장, KB은행 경영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로 밸런스출판사와 유튜브 ‘밸런스 은퇴TV’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은행 사외이사와 성균관대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4호 (2021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