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한 10대 형제, 친할아버지에 "따라가셔야지"

10년 가까이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인)를 받는 10대 형제가 지난 8월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형제 측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오늘(28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에선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친할머니(77)를 살해하고 친할아버지(92)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된 A(18)군과 범행을 도운 동생 B(16)군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8월 대구 서구 소재 주거지에서 할머니로부터 "왜 급식카드로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냐", "휴대폰 게임을 많이한다"는 잔소리를 들은 뒤 동생 B군에게 "할머니를 죽이자"고 권유했습니다.

이후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나와 할머니의 등과 옆구리 등을 60여 차례 찔렀고 이를 본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했습니다.

당시 A군은 할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고 위협했습니다.

또 "할머니를 병원에 보내자"고 하는 할아버지 말에도 "할머니는 이미 갔는데 무슨 병원에 보내냐. 할아버지도 이제 따라가셔야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놔두자'는 동생 B군의 만류로 범행을 중단했습니다.

B군은 형이 범행할 당시 "칼로 찌를 때 시끄러울 수 있으니 창문을 닫으라"는 말을 듣고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부상 정도가 심해 숨졌습니다. 할머니는 A군의 부모가 헤어진 9년 전부터 형제를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심경을 묻는 말에 '웹툰을 못 봐서 아쉽다'고 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판부에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6일 오후 2시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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