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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더오래]이젠 '위드 코로나'…'위드아웃 마스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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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74)



전 국민의 70%의 접종 완료와 함께 다음 주부터는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 시기로 돌입한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코로나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발생한 이후 일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새삼스레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아니 일상이 아니라 삶이 바뀌었다. 나만 해도 그렇다. 작년까지 나는 편집장으로 잡지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스물네 살에 시작해 오십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다른 일을 기웃거리지 않은 채 몰두한 일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광고와 판매 모두 영향을 받게 되었고(심지어 처음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는 취재도 진행하기 어려웠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경영진부터 기자들까지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안을 찾아보고 그걸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이전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고, 어떤 모습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살고 싶은지 말이다. 애정했던 잡지를 떠났고,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됐다. ‘일상 회복’이라는 말을 들으며 작년과 올해의 시간을 이렇게 주마등처럼 떠올리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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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가 되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돌이켜보니 마스크로 인해 변한 생활의 면면이 적지 않다. [사진 Dev Asangba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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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거시적 관점이나 사회적 시각으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스크’다. 일상회복의 단계를 앞서 시작한 해외 사례를 TV를 통해 보았을 때,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이 생경해 보일 정도이니, 어느덧 마스크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건 확실하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하기 시작했던 작년 초에는 마스크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메시지가 어디를 가든 붙어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냈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마스크 착용 건으로 승객들 간의 실랑이가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마스크의 수요 증가에 공급이 부족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정부가 마련한 공적 마스크 제도가 실행된 이후에는 태어난 해 뒷자리에 맞춰 일주일에 한 번씩 약국 앞에 긴 줄을 섰다. 그런 시간을 거치며 마스크는 어느덧 우리 얼굴과 하나가 됐다.

잡지를 만들던 작년에는 ‘마스크 뷰티’에 대한 기사도 몇 차례 기획했다. 늘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고, 그걸 대비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뷰티 팁을 독자에게 전달했다. 사춘기 딸 아이마저 “마스크 때문에 입 주위 여드름이 더 올라온다”며 늘 투덜대는 판이었다. 마스크로 인한 뷰티 고민에 기사는 여성지에서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입술이 드러날 일이 없었기에 립 메이크업 관련한 기사는 만들지 않았고, 눈매를 또렷하게 보이는 아이 메이크업 기사를 자주 실었다. ‘작고 아담한 눈이라면 아이섀도를 바를 때 눈 가장자리까지 바르지 않고 살짝 비워둔 채 아이 홀 중앙 부분만 바르면 눈매가 또렷해 보이고 눈동자가 커 보인다’, ‘아이라인으로 눈 앞머리와 눈꼬리를 전부 둘러싸면 눈이 작아 보인다’, ‘마스크를 쓸 때는 눈 가까이 올려 쓰면 얼굴이 작아 보인다’ 등 마스크를 쓰고 난 후 보이는 부분의 메이크업에 대해 세세하게 안내하고 시연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후 립스틱 판매는 줄었고 아이 메이크업 제품의 판매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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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끼고 같이 다니고 키득거리며 어깨를 부딪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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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썼을 때 받은 인상과 벗고 난 후의 인상이 달라 당황했던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라 사무실 동료들 역시 마스크를 쓴 채 만나게 되었다. 식사라도 같이하게 되어 마스크를 벗게 되면 새로 발견한 동료의 표정이 낯설 때가 많았다. 특히 웃는 모습을 마주하게 될 때 말이다. 웃을 때 입꼬리가 어느 정도 올라가고, 코끝이 어떻게 찡긋하는지, 목청을 얼마나 보이는지 마스크를 쓴 얼굴에서는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마뜩잖아 입술을 꽉 다물거나 삐죽이는 것도 감출 수 있다. 당황해 입을 벌리는 것도, 졸려서 하품하는 것도 마스크는 교묘하게 가려준다. 멀리서 다가오는 누군가를 한눈에 알아보는 일도 쉽지 않아 의도치 않게(혹은 의도를 가지고) 인사도 못 하고 지나치는 일도 있다. 이렇듯 표정이 가려지니 대면하는 상황이 모호해지곤 했다. 집합금지로 따로 자리를 마련해 만나는 일도 줄었고, 마스크 착용으로 함께한 자리에서도 교감이 떨어지다 보니 확실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나와 가족에게 집중한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 고무적이나 이 두 가지가 제로썸 게임은 아니지 않은가.

마스크를 벗게 되고 표정을 나누게 될 일상회복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당분간은 마스크를 벗은 채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활짝 웃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년 봄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2022년 SS 메이크업 트렌드를 펼쳐본다. 이번에는 립 컬러에 집중하면서(잡지쟁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다) 말이다!

전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 편집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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