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 ‘웃는 돌고래’ 상괭이,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 보호 대책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2일 남해군 앵강만서 상괭이 한 마리 사체로 발견

그물에 걸려 죽어 있는 것을 어민이 발견해 신고

23일에도 인근 바위틈서 상괭이 사체 발견돼

“상괭이 탈출 장치 보급 확대 등 대책 절실”

세계일보

상괭이.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양보호생물로 ‘웃는 고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상괭이가 경남 남해군 인근 해상에서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상괭이 보호를 위한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남해파출소는 지난 22일 오전 7시30분쯤 남해군 이동면 앵강만에서 상괭이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어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그물을 관리하는 어민이 사체를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채 발견된 상괭이는 길이 168㎝, 둘레가 78㎝, 무게는 50㎏의 암컷으로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해서 확인한 결과 불법포획 흔적은 없었다”면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따로 연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남해군청에 사체 처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3일에도 남해군 인근에서 죽은 상괭이가 발견됐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0시6분쯤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화전마을 해상에서 바위틈에 상괭이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상괭이는 길이 160㎝, 둘레 110㎝, 무게 약 70㎏으로 암컷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속탐지기 조사를 실시했는데 불법포획 흔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웃는 돌고래’, ‘인어 돌고래’라는 별명을 가진 상괭이는 몸이 회백색이고 길이 2m 정도인 소형 토종 돌고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상광어’(尙光漁)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쾡이’, ‘쇠물돼지’, ‘시욱지’ 또는 돌고래라는 이름의 ‘곱시기’로도 불렸다.

상괭이는 현재 멸종위기다. 해수부에 따르면 2004년 3만6000여마리로 추정됐던 상괭이는 2016년 1만7000여마리로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5055마리의 상괭이가 국내 연안에서 폐사했다. 이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포유류 18종, 파충류 5종의 전체 폐사 건수 5252건의 96%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일보

상괭이. 연합뉴스


정부는 2016년 9월 상괭이를 멸종위기 취약단계로 판단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고, 2019년 12월에는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덕명리 인근 연안을 상괭이 보호를 위한 ‘해양보호생물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세계자연보전맹(IUCN)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가 시급한 생물종으로 상괭이를 선정,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상괭이가 위기에 처한 주요 배경으로는 ‘혼획’이 꼽힌다. 고래류 중 몸길이가 가장 작아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상괭이 혼획을 방지할 방법이 일부 개발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9년 어획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상괭이가 빠져나올 수 있는 그물코 크기를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안강망 어구에 갇힌 상괭이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그물코 크기가 300~370㎜ 정도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탈출 장치의 보급이 더디다는 점이다. 정부는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부터 상괭이 탈출 장치를 부착한 안강망 그물을 어민들에게 보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핫핑크돌핀스 등 해양환경단체에 따르면 일부 어민들은 상괭이 탈출 장치 때문에 물고기가 빠져 나가 조업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상괭이 탈출 그물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안강망 외에 다른 종류의 그물에 적용 가능한 상괭이 탈출 장치는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22일 발견된 상괭이도 조류의 움직임을 활용해 고기를 잡는 안강망이 아닌 한 곳에 설치돼 있는 정치망에 갇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개발된 탈출 장치는 안강망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안강망이 주로 사용되는 서해에 보급되고 있다”면서 “다른 그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은 현재 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전남에는 올해 안에 혼획 저감 장치가 적용된 안강망 보급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다른 지역도 어민들과 협의해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안강망 개선 작업은 물론 정치망, 자망 등 다른 종류의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 죽지 않도록 관련 기술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