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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프간,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에”…안타까운 의료체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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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20년만의 정권 재집권 후 ‘최악의 경제난’ 발생…비극 시작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동결도 경제난에 한 몫

의료시스템, 해외 원조 중단으로 인해 의료 인력․물자 부족 시달려

수도 카불 인근 병원들, 수용인원 훨씬 넘는 입원자로 환자 못 받아

간호사 1인당 20명의 아이 돌봐야…의료진 상당수 해외 탈출한 탓

유엔 세계식량계획 “인도적 지원 위한 자금 동결 해제 필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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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어린이 병원에서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받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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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아기 3명이 인큐베이터 하나를 함께 쓰는 등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한 이후 발생한 최악의 경제난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지 어린이 병원은 의료 인력과 의료용품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아프간의 수도 카불의 인디라 간디 어린이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 설비 부족과 인력난 등 의료체계가 붕괴돼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비극을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환자 병동에서는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인큐베이터는 미숙아나 특별 치료가 필요한 아기를 넣어서 키우는 기기로 대개 한 곳에 아기 한 명이 배정된다.

일반 병실에서는 두 아기가 한 침대를 나눠 쓰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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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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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최근 아프간의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환자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특히 카불의 병원에는 인근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병원의 대기실도 치료를 원하는 아기와 그 부모로 혼잡하다고 전했다. 360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이미 수용 인원을 훌쩍 넘긴 450명이 입원한 상태라 추가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의 의료 시스템은 그동안 오랜 내전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장악하면서 아예 마비가 돼버렸다.

이는 병원 운영을 지탱해주던 외국 원조가 끊어지면서 현지 의료 체제가 최악으로 치닫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아프간 의료서비스 지원 프로젝트인 ‘세하트만디(Sehatmandi)’의 운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과 미국 국제개발처, 유럽연합(EU)은 2018년 7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 6월까지 6억 달러(약 7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 자금 지원을 받는 곳은 전국 보건의료 시설 가운데 약 3분의 2에 달한다.

그런데 이 지원 등이 막히자 의료진 월급 지급, 의료용품 구매 등도 몇달째 ‘올스톱’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을 완화할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5000억원)는 동결된 채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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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이 아프가니스탄 발크 지역에서 운영하는 이동식 보건소. 뮤악(MUAC) 밴드로 아동의 영양실조 여부를 진찰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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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의료 인력 부족 상황도 더욱 심각해졌다. 평소 한 번에 서너 명의 아기를 돌보던 이 병원의 간호사는 이제 20명 넘는 아기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이는 의료진 상당수가 탈레반의 통치를 피해 해외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병원 의료진들은 사명감만으로 환자를 돌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25일 긴급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 국민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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