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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헝다의 발버둥, 쉬자인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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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29일 이자 지급 두 번째 고비]
①예상과 달리 23일 첫 위기 무사히 넘겨
②건설 공사 재개, 채권자 협의... 긍정 신호
③채무 줄줄이, 내년부터 원금 상환 압박
한국일보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타이창에서 헝다 그룹이 진행하다가 중단한 문화관광성시의 건설 현장을 22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타이창=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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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다 갚겠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지난 추석 연휴 때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는 “암흑의 시기에서 조속히 벗어나 전면 정상화될 것”이라며 “난 가진 것이 없어도 되지만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은 단 한 치라도 줄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헝다는 356조 원 빚더미의 압박을 못 이겨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쉬 회장의 장담에도 불구,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기류가 조금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직접 개입을 꺼리면서 일단 쉬 회장의 자구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①29일 두 번째 고비

한국일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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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는 29일 달러채 이자 4,750만 달러(557억 원)를 내야 한다. 한 달 전 갚지 못해 유예한 터라 이번에도 내지 못하면 바로 디폴트로 간다. 다만 시장의 부정적 예상과 달리 23일 이자 8,350만 달러(약 979억 원)를 갚은 만큼 이번에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장 헝다가 무너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쉬 회장 개인 재산으로 채무위기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쉬 회장은 헝다 주식 77%를 갖고 있다. 자택 가격은 8억 위안(약 1,465억 원), 보유 현금은 400억 위안(약 7조3,284억 원)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달 24일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쉬 회장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80억 달러(약 9조3,784억 원)를 웃돈다”고 추산했다. 홍콩 매체 HK01은 27일 “쉬 회장이 홍콩 고급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②긍정 신호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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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는 26일 공지를 통해 “광저우, 포산 등 40여 개 지역 건설 프로젝트의 현장 공사를 재개했다”며 “해당 부동산을 연말까지 고객에게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재개는 유동성 확보는 물론 협력업체 포함 400만 명 직원의 생계가 달린 일이다. 헝다는 지난해 부동산에서 7,232억 위안(약 132조5,4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7,500억 위안(약 137조4,675억 원)이다.

헝다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디폴트 여부는 홍콩 증시에서 발행한 달러 채권을 갖고 있는 해외 채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디폴트로 가더라도 채권자들과 기나긴 채무조정 협상을 벌여야 한다. 채권자들이 양해한다면 헝다의 숨통은 좀 더 트일 수 있다. 블룸버그는 28일 “헝다와 해외 채권자들의 자문사 간에 대화를 위한 비공개 합의에 서명했다”며 “협상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전했다. 왕이 등 중국 매체들은 “쉬 회장은 빚을 갚을 방법을 찾은 것 같다”며 “그는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③여전한 우려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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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긍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헝다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헝다는 내달 11일 1억4,800만 달러(약 1,735억 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30일 유예를 받은 터라 내지 못하면 바로 디폴트다. 그보다 닷새 앞서 8,200만 달러(약 961억 원), 12월 28일에는 2억5,500만 달러(약 2,990억 원)의 이자 지급 기일이 예정돼 있다.

내년부터는 채권 만기가 시작돼 원금도 갚아야 한다. 2022년 77억 달러(약 9조297억 원), 2023년 108억 달러(약 12조6,651억 원), 2024년 34억 달러(약 3조9,871억 원), 2025년 61억 달러(약 7조1,546억 원)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헝다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로이터는 “헝다가 일단 한숨을 돌린다고 해도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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