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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의 차이나 프리즘] “하나의 중국? 대만은 단 한시간도 中과 같은 나라였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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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슈렌 대만 첫 여성 부총통 인터뷰...대만이 목숨걸고 ‘하나의 중국’ 거부하는 이유

대만 해협은 요즘 ‘세계의 화약고(火藥庫)’이다. 최단 거리 130km 남짓한 이곳을 대만과 중국 군용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내린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전함들도 바다 아래위에서 쉴새없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올들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만 600대가 넘는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wargame·가상전쟁 시뮬레이션)’에서 대만군이 최초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세계 군사력 22위인 대만의 결기와 군사력이 만만찮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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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초 중국 군용기 149대가 대만해협에 떴을 때, 미국과 영국 일본은 같은 달 3일 필리핀 인근 남중국해에서 17척의 함정과 1만5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남중국해에서 미·영·일 항공모함 참가 연합작전은 처음이다./미국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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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4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 149대의 제원 현황/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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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은 대만 겁박하는 범죄 행위”

대만의 국토 면적과 인구는 중국과 330배, 61배 차이 난다. 중국 표준어(普通話)는 대만에서도 통용된다. 그런데 왜 대만 국민들은 중국이 제시하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One China)’을 목숨걸고 거부할까?

지난해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원제 : 兩岸恩怨如何了?)>라는 책을 쓴 뤼슈렌(呂秀蓮·77) 전 대만 부총통은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다”며 “중공의 ‘하나의 중국’ 주장은 대만 국민들의 자유 의사를 무시하고 겁박하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달 24일과 27일, 각각 이메일과 전화로 그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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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으로 나온 뤼슈렌 부총통의 저서,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미디어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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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총통을 지낸 뤼슈렌은 대만 타오위안(桃園)에서 태어나 국립대만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9년 대만의 민주화운동인 메이리다오(美麗島) 사건 당시 1급 주동자로 체포돼 5년4개월간 옥고를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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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은 평생 독신으로 대만 민주화와 여성인권 향상에 헌신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도 나왔다./뤼슈렌 제공


- 대만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어도 비슷하다. 그런데 왜 대만은 ‘별개 국가’인가?

“먼저 인류학, 문명사적으로 얘기하겠다. 수많은 인류학 연구 논문들은 대만이 선사(先史) 시대 이래로 오늘날 태평양 원주민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발원지이자 원(原)고향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역사 시대에도 대만에는 중국인보다 네덜란드인, 스페인인들이 먼저 살았다.”

◇“대만은 해양 태평양국가...언어도 완전 달라”

그는 “대만인들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토착 언어는 중국 대륙 언어와 완전히 달라 사실상 다른 나라 언어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만의 다른 영어 명칭인 ‘포모사(Formosa)’도 1500년대 배를 타고 대만을 지나가던 포르투갈인들이 섬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일하 포모사(Ilha Formosa·아름다운 섬이란 뜻)’라고 명명한 것으로 이 역시 중국과 전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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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도. 타이베이는 대만의 수도/조선일보 DB


◇“청나라의 211년 대만 점령이 전부”

- 그래도 중국이 대만을 점령해 통치하지 않았나?

“정확하게 표현하면 중국은 점령한 적이 전무(全無)하고 청나라 한 나라 뿐이다. 명나라 부흥 운동을 벌이던 정성공(鄭成功)이 1661년 대만 일부를 점령했다가 1683년 청나라에 투항했다. 청나라는 1684년부터 청일(淸日)전쟁 패전 직후 1895년 일본에 영구할양할 때까지 211년간 대만을 다스렸다.”

뤼 전 부총통의 말이다.

“청나라 조차 200여년간 대만을 중요 영토로 여기지 않았다. 청일전쟁후 시모노세키 조약 협상 책임자인 리홍장(李鴻章)은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서 ‘대만은 독(毒)이 만연한 황무지이고 미지의 섬이다. 섬에는 개화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1722년, 청나라 5대 황제인 옹정제도 ‘대만은 자고(自古)로 중국에 속하지 않았다’고 말한 게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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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3월 20일 청일전쟁 후 강화협상이 열린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는 요정 슌판로(春帆樓) 내부 모습. 슌판로에는 ‘일청강화기념관’이 복원돼 있다. 사진 왼쪽 큰 의자에 청국 전권대신 리훙장이, 그 맞은편에 일본국 전권대신 이토 히로부미가 각각 앉았다./박종인 선임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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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공산당 정권은 어땠나?

“마오쩌둥(毛澤東)은 1947년 3월8일 옌안(延安)에서 방송을 통해 ‘우리는 대만 독립을 찬성하고 대만이 스스로 자신들이 요구해온 나라를 건립하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에드가 스노우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이란 책을 보면, 마오쩌둥은 1936년 7월16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다’고 했다.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독립된 별개의 지역으로 간주했다는 물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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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 침공은 중국에 최인접한 진먼다오와 펑후제도, 대만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예상한다./Weekly Chosu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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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 최인접한 대만 영토인 진먼다오(金門島)에 구축되어 있는 지하 터널. 중국의 각종 공격을 견디고 반격할 수 있는 군사 시설을 지하에 요새화해 놓고 있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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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 시간도 대만을 다스린 적 없어”

1949년 10월1일 중국 베이징에 정권을 세운 중국공산당은 같은 달 24일 9000명의 군 병력을 동원해 대만섬 서쪽 진먼다오(金門島) 상륙작전을 벌였으나 중화민국군에 전멸당했다. 이어 1954년 9월3일 중국은 진먼다오에 5시간동안 6000여발의 포탄을 퍼부으며 포격전을 벌였으나 점령에 실패했다.

뤼 전 부총통은 “수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통틀어 중국 대륙이 대만을 점령한 것은 청나라 시대 212년이 전부”라며 “지금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단 하루, 한 시간도 대만을 통치하거나 점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이 한 나라였던 사실 자체가 없다. 이는 1000년 넘게 통일 국가로 있다가 1945년 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와 크게 다르다. 한국인들이 이런 차이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중국은 왜, 언제부터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고 있나?

“1954년 공산당 관영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중국에는 하나의 중국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처음 주장했다. 동포애가 아닌 영토적 야욕(野慾)에서다. 널리 알려졌듯이 중공은 1971년 국제연합(UN) 가입후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과 외교 관계 수립 차단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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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21년 10월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쌍십절(건국기념일) 경축 행사장에서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반중(反中)' 노선을 내건 그는 총통 선거 역사상 최대 표 차이로 작년 1월 재선됐다.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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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 이루려 대만 통일 서둘러”

- 중국은 최근 ‘대만 독립’에 극단적 신경질을 보이고 ‘하나의 중국’을 강도높게 외치고 있다.

“공산당에 의한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세계 1위의 군사,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려면, 서태평양 일대 제해권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대만을 통일하려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중국몽’을 이뤄 역사에 큰 자취(a big spot)를 남기려는 시진핑에게 대만 통일은 다급한 과제이다.”

- 인류학, 역사적 이유 외에 대만이 중국에 맞서는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대만 국민들의 민심(民心)이다. 대만국립정치대의 ‘대만인 정체성 조사’를 보면, 1992년에는 46.4%가 자신을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고 밝혔고 ‘중국인’이란 응답은 25.5%, ‘대만인’은 ‘17.6%였다. 그러나 올해 조사에선 ‘중국인’이란 응답은 2.7%인 반면, 63.3%가 자신을 ‘대만인’으로 규정했다. ‘대만인이자 중국인’은 31.4%에 불과했다. 대만 국민들이 중국과의 통일이 아닌 대만의 독립, 독자 생존을 원한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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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국립정치대가 1992년부터 매년 1만명의 대만인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대만인 정체성 여론조사'의 연도별 추이. 2021년 현재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규정하는 이는 63%가 넘는 반면, 중국인으로 여기는 대만인은 2%대에 불과하다./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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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의 2%만 중국인이라 생각”

뤼 전 부총통은 이렇게 덧붙였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가 올해 3월 실시한 양안(兩岸) 관계 여론조사를 봐도, 1079명의 성인응답자 가운데 74.9%가 ‘하나의 중국’ 주장에 반대했다. 또 85.8%는 ‘대만이 통일도, 완전 독립선언도 않은 현 상태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대다수 대만의 민심이 중국에 맞서길 바라고 있다.”

- ‘전쟁 공포’에 짓눌려 사는 것보다 중국이 대만에 제시하는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를 수용해 평화롭게 잘 지내는 것은 어떤가?

“이에 대한 대답이 네 번째 이유이다. 개인의 자유와 민주를 억압하며, 공산주의를 강요하는 중국을 믿을 수 없고, 그런 중국 체제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에 2047년까지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국제적으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보안법’을 일방 강행통과시키면서 홍콩을 중국과 같은 체제로 강제편입시켰다. 이는 대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만이 중국의 ‘일국양제’를 수락하는 순간, 대만의 자유와 민주, 인권 소멸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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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4일 홍콩 시내 홍콩섬 도심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위대 참가자들이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요구 사항을 외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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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자유·민주 짓밟은 中공산당 못 믿어”

뤼슈렌 전 부총통은 이렇게 말했다.

“대만은 오랜 과거부터 대륙 중국과는 무관한 해양 태평양의 나라였다. 1940년대 후반 국민당 당원들이 대만으로 건너왔지만 대다수 대만인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대만섬을 점령하거나 다스려본 적도 없는 중공의 국민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역대 중공 지도자들은 중국 통일론을 내걸고 대만을 겁박해왔다.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 강요는 국제사회가 묵인, 방조해온 스토킹 범죄(犯罪) 행위나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하나의 중국’을 대신하는 다른 방안이 있는가?

“중국과 대만이 동등한 국가로 인정받는 ‘하나의 중화’, 즉 ‘중화연방(中華聯邦)’이란 대안이 있다. ‘하나의 중국’에서는 대만과 중국이 ‘통일’해야 하지만, ‘하나의 중화’에서는 대만의 독립과 주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중국과 대등하게 교류하는 ‘통합’을 지향한다. 대만은 당연히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회원국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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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021년 10월26일 오후 트위터에서 "대만이 UN체제에서 의미있는 참가를 해야 한다"고 밝히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즉각 "대만의 UN 체제 참가를 지지해줘 고맙다"는 댓글을 올렸다./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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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만·日, ‘황금의 3각 동맹’ 맺어야”

- 대만이 현 시점에 갖고 있는 역사적· 전략적 가치라면?

“대만은 중국의 압박과 봉쇄를 뚫고 자유·법치·인권의 가치를 키워 태평양에서 민주 ·진영을 지키는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 됐다.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으로 세계의 찬사도 받고 있다. 이런 경험과 특유의 소프트파워로 대만은 21세기 태평양 새 문명 추진의 기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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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2021년 1월부터 사용하고 있는 새 여권(오른쪽)과 예전 여권. ‘CHINA’는 거의 보이지 않게 하고 ‘TAIWAN’ 표기를 크게 해 중국과는 별개의 독립국임을 강조했다./대만 외교부 제공


-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만과 한국, 일본은 유가(儒家)사상, 민주 정치, 선진 과학기술 그리고 중국·러시아·북한과 인접해 있다는 4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 나라가 과거와 화해하면서 소프트파워 국력을 공유하고 민주인권과 첨단과학을 같이 누리는 ‘황금의 3각 동맹(Golden Triangle Alliance)’을 구축했으면 한다. 3국이 아시아와 태평양의 번영과 안보를 주도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송의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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