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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연투도 괜찮습니다” SSG 불펜 투지, 벤치가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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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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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올해 SSG 유니폼을 입은 김상수(33)는 오랜 기간 필승조로 뛰었다. 홀드와 세이브가 그가 서 있는 자리였다. 2017년과 2018년 2년간 33세이브를 거뒀고, 2019년에는 40홀드를 수확했다.

그런 김상수는 올 시즌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마무리로 시작했으나 자리를 내놨다. 그러나 시즌은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궂은일을 한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등판해 1~2이닝을 소화하는 보직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낯선 일이고, 베테랑의 자존심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이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6일 창원 NC전에서는 선발 최민준을 구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역전의 발판을 놨고, 모처럼의 승리도 챙겼다. 그런 김상수의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2.92로 뛰어난 편이다. 1이닝 초과 멀티이닝 소화도 네 번이나 된다. SSG 불펜이 꾸역꾸역 버티는 건 필승조뿐만 아니라 김상수와 같이 다른 위치에서 이닝을 먹어주는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선발진의 펑크가 너무 컸던 SSG다. 박종훈 문승원이 나란히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질 좋은’ 250이닝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외국인 선수 아티 르위키는 부상으로 14⅓이닝만 던지고 퇴출됐다. 윌머 폰트도 두 차례나 부상이 있었다. 당장 시즌 전 구상했던 1~5선발이 모두 빠진 상태로 시즌을 치른 기간도 꽤 된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대체 선발 자원들이 가능성을 선보였지만, 사라진 이닝의 상당수는 불펜이 메워야 했다. 지치고 힘들다. 선수들의 구위는 굳이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육안상으로도 떨어져 있다. 이를 악물고 버틴다는 표현이 딱 맞다. 사실 지금 불펜이 경기를 날려먹는다고 해도 돌을 던지기가 어렵다. 능력이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최선은 다하면서 시즌 142경기를 치렀다.

김원형 SSG 감독도 불펜이 안쓰럽다. 김 감독은 27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중간투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면서 “중간투수들이 참 착하다. 자기들이 ‘3연투할 수 있다’면서 (연투) 다음 날에도 스파이크를 신고 준비한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투수를 했고, (등판 시점을) 깔끔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멀티이닝 소화를 시킬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티 안 내고 잘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은 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 2경기가 남았다. 4위 가능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 막차로 포스트시즌에 갈 가능성은 엄연하게 살아있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자력으로 4위든 5위든 가을야구에 간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그래서 벤치의 몫이 더 중요한 남은 일정이다.

선수들을 바둑판에 배치하는 건 벤치의 몫이다. 선수들의 능력치는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어느 자리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투수교체는 결과를 보고 평가하기에 사실 벤치에도 가혹한 잣대가 될 수 있지만, 지나간 일을 뒤로 하고 이제는 2경기 전략 수립에 올인해야 한다.

다행히 총력전은 가능하다. SSG는 28일 인천에서 두산과 경기를 펼친다. 전날 5-8로 진 까닭에 필승조는 다 쉬었다. 최종전을 사실상의 불펜 데이로 치른다고 보면 27일 선발로 나서 엔트리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는 폰트를 제외한 엔트리의 모든 투수들이 대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루를 쉬고 30일 인천에서 kt를 상대로 시즌 최종전에 임한다. 역시 28일 선발로 나설 샘 가빌리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투수들의 동원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앞뒤 상황을 모두 봐야하기에 아낄 투수는 아니고, 쉴 투수는 쉬어야 했다. 선발은 당연히 빠져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갈 투수가 없다는 핑계는 없다.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이고 때로는 모험적인 투수 교체가 가능한 여건이다. 한정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합의 묘가 있다. 대신 한 번이라도 수가 틀려서는 비극이 기다린다. 선수들의 투지를 벤치의 잘못된 판단으로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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