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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순위만 1578만명, 이러니 청약당첨 어렵지"…애물단지된 '청약통장', 자격요건도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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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청약통장이 시중에 넘쳐나면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자격요건도 까다로워 통장을 활용한 청약당첨은 일반인들에게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다.

28일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청약통장 구좌수는 총 2825만1325개로, 국내 인구(약 5200만명)의 절반이상이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1순위 통장만 1577만9724구좌에 달해 수도권 관심 사업장의 1순위에서만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수년 동안 이어진 분양시장이 호황으로 가입자 수가 크게 늘면서 청약통장은 분양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청약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실제 서울이나 과천, 화성(동탄)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선 당첨 가능한 청약가점이 이미 60점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세종시 등에선 가점 만점자(84점)들도 속출하고 있다.

까다로운 청약자격 요건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면서 무주택 중장년층을 위해 청약가점제 비율을 크게 확대했는데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는 오히려 당첨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은 "청약통장의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진데다가 청약자격요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청약통장이 사실상 예치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면서 "규제가 훨씬 덜한 주거형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이유도 결국, 아파트 등 분양시장의 진입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추첨제 확대 영향' 지난달 27만2979명 청약통장 신규 가입


다만, 실수요자들의 청약통장 가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민간 분양아파트에 대해서도 사전청약을 적용하고 추첨제 물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 9월에만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27만2979명 증가했다. 이번 가입자수 증가 폭은 월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2015년 9월부터 청약저축과 청약예·부금의 가입이 중단되고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신규 가입이 일원화됐다. 2015년 10월 한 달 사이에 23만8825명이 신규 가입하면서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올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수는 10만명을 밑돌면서 지난달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자 수가 10만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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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연도별 가입현황 [자료 =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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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사전청약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실수요자의 통장 가입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월 민간 아파트까지 사전청약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사전청약으로 공급하는 신규 아파트는 약 16만3000가구로 예상된다. 기존 계획 대비 1만1000가구 늘어난 규모다. 이 중 13만3000가구는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사전청약 물량은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으로 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의 관심이 크다. 기존 주택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전체 물량 중 다수를 차지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주택청약 저축 가입기간 6개월 이상, 6회 이상 납입을 채우면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즉, 이달 청약통장에 가입한 무주택 신혼부부라면 내년 4월 이후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에 사전청약을 할 수 있다.

청약 가점이 낮아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추첨제 물량의 확대도 통장 가입자 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는 11월부터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30%에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인 가구는 물론, 맞벌이로 소득 기준을 초과한 신혼부부도 추첨제 물량을 노릴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공공분양 물량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해당 물량을 노리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통장 가입이 증가한 것"이라며 "공공분양은 청약통장 납입금액이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가입을 서두르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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