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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블 노리던 울산 홍명보호, 열흘 만에 무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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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울산, 빈손으로 시즌 마무리하나

한때 트레블(3관왕)까지 기대했던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시즌 막바지에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자칫 이제는 빈 손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에서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전남은 포항에 이어 울산까지 K리그1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남은 이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여 대구FC와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울산
오마이뉴스

▲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4강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은 FA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16강에서 경남을 3-0, 8강에서 양주시민구축구단을 2-0으로 완파했고, 4강에서는 2부리그팀인 전남을 만났다. 울산은 준결승까지K리그1 팀들과의 대진을 모두 피하는 역대급 대진운까지 누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울산 출신으로 2017년 FA컵 첫 우승에 기여했던 이종호와 장순혁에게 연이어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다. 4년 만에 FA컵 정상 탈환과 통산 2번째 우승을 노렸던 울산의 도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울산으로서는 최악의 한 주가 됐다. 울산은 이달 20일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승부차기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대회 2연패가 좌절됐다. 여기에 FA컵도 4강에서 마무리하면서 벌써 두 개의 왕관을 놓쳤다. 상대였던 포항과 전남이 모두 전력상 울산보다 한 수아래였던 데다 경기 내외적인 상황도 울산이 더 유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다.

울산에게 희망이 남아있는 우승 트로피는 이제 정규리그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4일 성남FC와 K리그1 정규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전북 현대에 선두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울산은 2005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리그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는데, 2013년(김호곤 감독)과 2020년(김도훈 감독) 등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고도 막판에 역전을 당하며 우승트로피를 놓친 경우가 수두룩하다. 가을만 되면 찾아오는 울산 축구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뒷심 부족이 또다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3년 7개월 만에 지도자로 복귀한 홍명보

울산은 2021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일하던 홍명보 감독을 구단의 11대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전임 김도훈 감독이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리그와 FA컵에서는 모두 전북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것이 결정타가 되며 구단은 고심 끝에 새 출발을 선택했다. 2017년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로 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서 일해왔던 홍명보에게는 약 3년 7개월만의 지도자 복귀였다.

우승에 목마른 울산에게 클럽무대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감독 경력도 부족한 홍명보 감독을 선택한 것을 두고 의구심의 시선도 많았다.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 주니오와도 결별하며 최전방에도 공백이 있었다.

다행히 울산은 홍명보 감독이 선호하는 젊고 빠른 선수들 중심으로 공격진을 재편하는데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울산은 개막전 5골차 대승을 시작으로 시즌 초반부터 순항하며 선두권에 안착했다. 올림픽 대표 출신 이동경-이동준을 비롯하여 바코-이청용-윤빛가람 등으로 이어지는 2선의 파괴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김도훈 체제에서 줄곧 열세를 면치 못했던 라이벌 전북을 상대로 올시즌 ACL 포함 상대전적에서 2승2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심지어 울산이 거둔 2승은 모두 적진인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챙긴 것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전북을 넘어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어느 때보다 충만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시련이 연이어 몰려오고 있다. 울산은 ACL, 리그, FA컵까지 지난 17일부터 약 11일 사이에 무려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모든 경기가 우승트로피와 직결된 빅매치이거나 단판승부 토너먼트였기에 쉬어갈 틈이 없었다. ACL에서는 2연속 연장전(준결승 포항전은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ACL 포항전에서 원두재의 퇴장, FA컵 전남전에서 불투이스의 부상교체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와 돌발변수들까지 겹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클럽팀 운영과 리그 우승경쟁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약점도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수비수 출신 감독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울산의 수비 조직력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요한 경기에서 점유율에서는 상대를 압도하고도 역습이나 세트피스 한 방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패턴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또한 울산은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 외에는 각 포지션에 걸쳐 리그에서 가장 풍부한 스쿼드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중반기부터 홍명보 감독이 매번 비슷한 선발 라인업과 전술로 일관한 탓에, 상대팀이 어느 정도 맞춤형 전략을 대비하여 나오기가 수월해졌다. 이미 '지옥의 11일' 일정을 치르기 전에 이미 울산 선수단은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선수단의 체력관리와 백업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홍명보 감독의 책임이 크다.

울산은 이제 남은 K리그 파이널 라운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울산은 전북과 나란히 18승10무5패, 승점 64로 이뤘으나 다득점(전북 58골·울산 54골)에서 밀려 있다. 파이널에서 맞붙게 될 5팀과의 올시즌 리그 상대전적에서는 전북(1승2무)-수원FC(2승1패)-제주(1승2무)에게는 앞섰으나, 수원 삼성(1승1무1패)과는 대등, 대구FC(1승2패)에는 열세를 기록했다.

파이널 5경기중 3경기가 울산의 홈에서 열리는데, 올시즌 울산은 안방에서 10승5무1패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시즌 마지막 '현대가 더비'이자 전주 원정으로 치러지는 11월 6일 전북과의 맞대결이 울산의 운명을 결정지을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이 만일 정규리그 타이틀마저 또다시 놓치고 '무관'으로 시즌을 끝내게 될 경우, ACL 우승이라도 차지했던 2020년보다 더한 '참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 출신 지도자로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홍명보 감독의 명성에도 큰 흠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을만 되면 유난히 작아지는 울산이 올시즌 최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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