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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이클 최강 나아름 “1초만 더 참고 훈련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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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 출연]

도쿄올림픽 악조건에 38위 진한 아쉬움

나라당 4~6명 유럽 선수 눈치작전 ‘고립’

기초체력 주파량이 좌우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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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름이 한겨레신문 본사 건물에서 밝은 성격 그대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살 때 처음 나간 아시안게임 때의 조바심과 달리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왜 못했을까.”

한동안 잠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전부 쏟아부은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첫 출전 충돌사고로 절망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고통은 컸다. 결론은 스스로에게 향했다. “1초라도 더 참고 훈련했어야….”

국내 최강의 도로 사이클 선수 나아름(31·삼양사)은 밟혀도 죽지 않는 풀을 연상시킨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 결과(38위)의 아픔과 좌절은 컸다. 하지만 활달한 성격처럼 훌훌 털고 일어서는데도 선수다. 긁히고 찢긴 상처투성이의 팔뚝이 웅변한다.

트랙 종목과 달리 나아름의 전공인 도로 사이클은 육상의 마라톤과 같다. 도쿄올림픽에서는 137㎞ 코스로 구성됐지만, 찜통더위와 오르막으로 선수들을 한계로 내몰았다. 여기에 사이클 강국인 유럽의 선수들이 펼치는 눈치작전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출발했는데 나가지를 않아요. 연습 때보다 더 늦은 속도로 움직이는데 초반부터 당황했죠.”

국내 사이클 등록선수는 13살 이하부터 일반인까지 1109명(남자 846명 여자 263명). 여자 성인 선수는 70명 정도다. 여기서 유일하게 출전한 나아름은 한 나라에서 4~6명이 출전하는 유럽팀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홀로 치고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이고, 반대로 따라가는 것 역시 그들의 전략에 말리는 일이다.

나아름은 “동료가 있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나의 훈련량이 부족했다.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관왕 나아름은 국제급 선수다. 2019년 이탈리아 명문 사이클팀 ‘알레 치폴리니’에 입단했다. 에이전트도 없이 혼자 입단 관련 수속과 절차를 모두 해낸 것은 열정 때문이었다. 해외 무대는 그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컸다. 유럽의 사이클 문화를 직접 체험한 것도 소중한 자산이다. “어려서부터 백발의 노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탄다. 운전자들도 선수들을 위협하지 않고 배려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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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름이 그동안 사이클을 타면서 얻은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하지만 1년도 채 뛰지 못했다. 국내 성적을 내기에 급급한 소속팀 지도자들이 불러들이면 꼼짝없이 돌아와야 한다. 선수나 사이클 시장 전체의 발전이나 장래보다는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 같아서 안타깝게 들린다.

국내 유일의 기업팀인 삼양사에서 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우상”인 김용미 감독과 함께할 수 있고,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다. 나아름은 “국제 대회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팀은 아예 팀이 해외로 나가 대회에 참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사이클에서는 주행거리(마일리지)와 대회 출전 횟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때로 230㎞ 이상을 7~8시간에 달리기도 하고, 최대 80㎏짜리 무게의 기구로 스쿼트를 하는데, 심폐지구력 못지않게 파워와 스피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급 기술도 갖춰야 한다. 오르막에 강한 나아름은 “올라갈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참고 달린다. 내려갈 때는 시속 70~80㎞까지 나오는데, 회전 구간으로 들어갈 때는 타이밍과 균형감,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한 조언도 했다. 그는 “자전거 탈 때 안 넘어지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초기에 넘어져 봐야 큰 사고가 안 난다. 골프처럼 처음 배울 때의 자세가 중요하다. 반드시 헬멧과 간편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3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을 향한 채찍질은 더욱 매섭다.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고 탔고, 좋으니까 했다. 더 재미있게 운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훈련의 1초를 아까워하는 그가 재미있게 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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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프로듀서 | 이경주 김도성

취재/진행 | 김창금 김우석

기술 | 박성영

카메라 | 장승호 권영진 배수연

색보정 / 종합편집 | 문석진

연출 | 이경주

제작 | 한겨레TV X 이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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