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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전자발찌 훼손’ 전과 35범, 외출제한 위반 한 달 만에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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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과거 외출제한 2회 위반… 도주 당일 조사 출석

성범죄·무직·전과 35범… 법무부 ‘고위험군’ 판단 불구

위반 약 한 달 만에 출석 이뤄져 “안일한 관리” 비판도

전날까지 올해 발생한 전자발찌 훼손 사건 17건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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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전남 순천에서 잠적한 전과 35범의 김모(62)씨가 과거 외출제한 명령을 두 차례 위반한 데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도주 당일 보호관찰소에 출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전과가 많고 직업이 없던 김씨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했음에도, 외출제한명령 위반 한 달 만에야 조사가 이뤄지는 등 실제 관리는 느슨해 도주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외출제한 명령을 어기고 거주지인 경남 창녕에서 타지역으로 도주한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두 차례의 외출제한 위반 혐의에 대한 신속수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 보호관찰소에 출석했다.

두 건의 외출제한 위반 중 한 건은 지난 9월에 발생해 위반 약 한 달 만에야 출석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도 김씨는 출석 이후 제대로 조사를 받지 않고 ‘변호사를 대동하고 다시 와서 조사를 받겠다’며 보호관찰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외출제한 시간인 오후 10시까지 귀가하지 않았고 수차례에 걸친 보호관찰소 측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 경남 합천 등을 거쳐 전남 순천으로 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김씨는 외출제한뿐 아니라 음주제한 위반 혐의도 받는다. 법무부는 과도한 음주를 제한하는 음주제한 특별준수사항이 내려진 전자발찌 착용 보호관찰 대상에 대해 집이나 음주 장소로 찾아가 불시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식으로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있다.

세계일보

법무부 창원보호관찰소는 최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달아난 김모(62)씨를 공개수배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 공개수배서. 창원보호관찰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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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무부가 김씨를 이미 고위험군으로 판단하고 있었음에도 김씨가 외출제한을 위반한 시점으로부터 약 한 달 뒤에야 신속수사팀 조사에 출석하게 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보호관찰 대상자 중 성범죄 전력이 있고 혼자 살거나 직업이 없는 경우 가장 고위험군이라고 판단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며 “김씨는 무직이었고 성범죄 전력이 있는 데다 전과가 35범이나 돼 고위험군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집중관제 대상에도 올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집중관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외출제한명령을 어긴 범죄자를 의무적으로 집중관제 대상에 포함하는 식으로 운영 방식을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김씨가 한 달 만에야 조사에 출석한 데 대해 법무부는 “지소 차원에서 전화나 확인 등은 즉각 이뤄졌지만 수사가 늦어졌을 뿐”이라며 “업무 효율상 현실적으로 위반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모두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씨는 창원보호관찰소 밀양지소 관할이었고 규모가 작은 밀양지소에는 신속수사팀이 없어 창원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이 조사 출석을 요구했던 상황”이라며 “밀양지소에서는 당시 상황에 맞는 지도 감독 조치를 취하고 추후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통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소를 위한 수사까지 (위반이 발생한) 그때 다 하는 식으로는 업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엔 서울 송파구에서 성범죄 전과가 있는 강윤성(56)이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했다. 같은 달 전남 장흥에서는 성범죄자 마창진(50)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가 16일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소위 ‘강윤성 대책’으로 불리는 전자발찌 관련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신속수사팀을 설치해 외출제한 위반이나 전자발찌 훼손과 같은 주요 준수사항 위반 행위에 대해 심야시간대 조사·주거지 진입·현행범 체포 등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속수사팀을 설치했음에도 고위험군 보호관찰 대상자조차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이 결국 지역민을 수일에 걸쳐 불안에 떨게 한 도주 사태로까지 이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씨는 지난 25일 오후 10시 외출제한을 어기고 자신의 차량으로 경북 고령에서 전남 순천까지 이동한 후 26일 오전 3시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종적을 감췄다. 이후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법무부와 경찰은 전날 김씨를 대상으로 공개수배를 내리고 인상착의를 공개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발생한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17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13건이던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두 달 새 4건 더 늘어났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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