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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KT가 노태우 정권 덕에 탄생?..아직도 이렇게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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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SK그룹 이동통신사업권 특혜 둘러싼 오해 여전

압도적 점수로 제2이통 따냈지만 특혜시비에 반납

민영화 한국이동통신 인수 뒤 신세기통신까지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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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그룹(현 SK그룹)은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입찰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라는 이유로 특혜시비에 휘말려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사진은 1994년 1월 25일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 주식 23% 매입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모습. 사진 가운데 표문수 SK텔레콤 전 대표다. /사진=SK텔레콤


"1992년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점수 상으로 1등과 2등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크게 났었다."

당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정에 직접 참여한 전 통신업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정 작업도 아니었고,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SK가 정당하게 얻은 사업권을 반강제로 포기하는 등 '특혜'가 아니라 되레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와 관련, 사돈 지간인 SK의 이동통신사업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SK가 노태우 정부 시절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잘못아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않다. 실제 SK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명백히 사실과 다른 것이다.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서 점수 압도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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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29일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최고위원이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는 6.29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출처=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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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현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SK 회장이 결혼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SK와 '사돈의 연'을 맺는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과 SK간 특수관계가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오해가 시작됐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통신(현 KT)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 외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공고를 냈고 선경(현 SK)과 포항제철, 코오롱, 동양, 쌍용, 동부 등 6개 기업이 참여했다. 앞서 선경은 1980년대부터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해왔었다. 1~2차 심사 결과 선경그룹이 주축이 된 대한텔레콤이 압도적 차이로 제2 이동통신사업 허가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 대표는 선경그룹 회장이 노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며 특혜론을 제기, 선경 그룹의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에 강력 반발했다.

이에 당시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차기 정권에서 재참여해서 정당성을 인정받기로 했다. 결국 선경그룹은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당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다.


"인수 가능한 곳 선경그룹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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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SK텔레콤 출범식/ 사진=SK 텔레콤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절차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3년 말 다시 시작됐다. 김영삼 정부는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선정 절차를 위임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종현 회장이 당시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었고, 또 다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고심 끝에 참여를 포기했다. 두차례 기회를 날린 것이다. 그 대신 막대한 인수 자금이 투입되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경그룹은 1994년 1월 공개입찰을 통해 한국이동통신 주식 23%를 확보함으로써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선경그룹의 제2 이통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공개입찰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선경그룹이 반납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은 1994년 2월 포철(1대 주주)과 코오롱(2대 주주) 컨소시엄(신세기이동통신)에 돌아갔다.

대신 선경그룹은 한국이동통신 경영권 획득을 위해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면 쓰지 않아도 됐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이 공개된 이후 한국이동통신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1993년 12월 주당 8만원이던 주가는 한달 만에 4배 넘게 급등했다. 선경은 당시 인수액으로 주당 33만5000원, 4271억원을 써내야 했다. "당시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대해 안팎의 반대가 심했지만 삼성, 금성, 대우, 현대 등 통신기기 제조업체는 지분 10% 이내로 사업참여 제한이 있어 사실상 인수 가능한 곳은 선경그룹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한국이동통신은 1999년 신세기이동통신(017)까지 인수하면서 부동의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가 됐고, SK텔레콤은 현재 시가총액 22조3026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ICT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시 특혜시비로 오히려 손해를 봤는데도 여전히 노 전 대통령 사망기사에 댓글을 보면 SK텔레콤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잘못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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