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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집값 오르면 정부와 나눠야 한다고?”… ‘수익공유’ 설명 없는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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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신혼희망타운 2차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가운데 모집공고에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의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은 “본청약 시점에서 고지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사전청약 수분양자 이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빠뜨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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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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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LH에 따르면, 분양가가 일정 수준(2021년 기준 3억700만원)을 초과하는 신혼희망타운의 입주자는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이라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해당 모기지는 연 1.3% 고정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해주는 대신, 주택을 매도하고 대출금을 상환할 때 시세차익의 최대 50%를 기금이 환수해가는 상품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지난 25일부터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 2차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알기 쉽게 명시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총 7만2785자에 달하는 2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모집공고에서 관련된 내용은 “본청약 후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별표6의2에 따라 ‘총자산가액(307백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분은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에 가입하고 입주시까지 해당 모기지 가입 사실을 증명해야 하며, 해당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음이 판명되는 경우 입주자선정에서 제외되고 공급계약이 취소됩니다”는 한줄 외에는 없다.

이마저도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이라고 서술되어 있을 뿐, ‘수익공유’라는 언급은 입주자 모집공고 어디에도 나타나있지 않다. 2차 사전청약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진행했던 1차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공고도 마찬가지다.

반면 LH가 분양해 온 다른 신혼희망타운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관련한 내용이 상세하게 서술돼있다. 대출 상품의 개요부터 취급 은행, 절차, 대출 이자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핵심이 되는 수익공유 비율에 대해서는 대출액과 자녀 수에 따라 분배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도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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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혼희망타운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타난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관련된 안내문. /L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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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전청약에 지원할 계획인 예비 신혼부부 김모(27)씨는 “‘전용 주담대에 가입해야 한다’는 짤막한 문구만으로 어떻게 ‘수익공유’라는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겠냐”면서 “하마터면 사전청약만 믿고 기다리다 몇년 뒤 본청약에서 뒤통수를 맞을 뻔했다”고 말했다.

총 1만5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2차 사전청약은 공공분양 물량이 5672가구로 56.4%를 차지하고, 신혼희망타운은 4378가구로 43.6%를 차지한다. 공공분양은 남양주왕숙2, 의정부우정, 인천검단, 파주운정3 등 모두 경기 북부의 3기 신도시로 구성됐다. 반면 신혼희망타운은 성남낙생, 성남복정2, 군포대야미, 의왕월암, 수원당수, 부천원종 등 모두 경기 남부지역에 분양해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혼희망타운과 달리 공공분양에는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분양과 신혼희망타운은 동시에 청약할 수 없다. (예비)신혼부부들은 공공분양보다 가점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데다, 입지상 미래가치도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신혼희망타운 청약에 더 관심을 두는 상황이다.

2차 사전청약에 지원하려고 했던 신혼부부들은 ‘수익공유 누락’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예비 신혼부부 김씨는 “이자와 원금을 갚는 건 집이 온전히 내 것이 될수있다는 기대 때문인데, 저런 상품은 결국 개인에게 남는 게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일부러 숨긴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6)씨도 “충분한 사전고지 없이 이익을 환수한다면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LH 측은 본청약 시점에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고지하려고 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가격이 3억700만원이 넘을 때만 적용되는데, 사전청약 단계에서는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아 해당 내용을 상세히 명시하기 어려웠다”면서 “분양가가 확정되는 본청약 시점에서 해당되는 아파트에 대해 입주자 모집공고 상에 구체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H가 제시한 신혼희망타운 6개지구 14개 주택형의 추정 분양가는 최저 3억1115만원(수원당수 A5블록 46 타입)부터 최고 5억1569만원(성남낙생 A1블록 전용 59T 타입)으로, 모두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 가입 기준인 3억700만원을 초과한다. 전문가들도 “본청약 시점의 확정 분양가는 추정 분양가보다 높아지면 높아졌지, 절대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경우가 많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사전청약 자격 자체가 무주택자이고 본청약 및 입주 시점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같은 내용을 뒤늦게 알고 계약을 포기한다면 그동안의 ‘무주택 리스크’는 어떻게 보상할 거냐”면서 “최소한 이러한 방식의 수익공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시라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도 “입주자 모집공고는 사실상 법적인 효력을 갖는 계약서로, 여기에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면서 “본청약이나 수익환수 시점에서 수분양자가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hy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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