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경남고 노운현 “봉황대기 위해... 프로 소집까지 미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부분 프로 진출 3학년 출전 안 해
“고교생 신분, 학교 대회 참가 당연”
정대현과 비슷한 무브먼트 좋은 언더핸드
아버지와 캐치볼 즐거워 리틀야구 입문
독학으로 성장, 프로 진출까지
“묵묵하게 팀 이끌 선수 되고 싶다”
한국일보

경남고 노운현이 지면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투구하는 언더핸드 특유의 투구폼을 선보이고 있다. 노운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즌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학생 신분이니 당연히 뛰어야죠.”

29일 개막하는 제49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에 참가하는 학교 대부분이 진학을 앞둔 1, 2학년생 위주로 출전선수를 편성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지연되면서 3학년생의 진로가 결정된 시기에 대회가 열리는 탓이다. 3학년 선수들은 대학입시 준비나 프로구단 일정 참가 등으로 사실상 참가가 힘든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대표해 봉황대기에 출전하는 3학년생이 있다. 경남고 노운현(18)이 그 주인공이다.

노운현은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고교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학생 신분이니 학교를 빛낼 대회에 참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부상 위험이 있어 당장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비굴하게 피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위해 마지막 임무를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운현은 다른 우수한 3학년생처럼 2022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키움에 지명돼, 다음 달이면 프로구단에 합류해야 한다. 키움 측은 “계약을 앞두고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았다”며 “마지막 고교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의사가 강해 팀 합류를 늦게 해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이왕 참가하는 거 끝까지 남아 우승하고 오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야구 명문 경남고는 노운현의 합류로 봉황대기에서 욕심을 내 볼 만한 전력이 됐다. 올 시즌 황금사자기 3위, 전반기 주말리그(부산·제주권) 우승 등 탄탄한 전력을 보였지만, 주축인 3학년 대부분이 이번 대회에 합류하지 못해 고민이 컸다. 전광열 경남고 감독은 “지난 3년간 학교를 책임진 에이스답게 마지막까지 본인 스스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팀원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일보

경남고 노운현이 6월 참가한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운현은 진중한 성격답게 경남고 마운드를 묵직하게 책임져온 고교 대표 선수다. 올 시즌에도 40.2이닝을 던지며 4승 2패,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 전반기 주말리그(부산·제주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투수 가운데에서도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정대현(은퇴)처럼 지면과 거의 붙어서 공을 던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노운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리틀야구에서 지도자의 권유로 팔을 내려 사이드암 투수로 변신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구 입문 2년 만인 2016년 리틀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당시 제2의 한현희(키움)로 불리며 2022년이면 프로야구판에 대형 사이드암 투수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노운현은 그 이후 팔을 더 내려 지금은 한현희보다는 SK 박종훈과 비슷한 언더핸드로 바뀌었다. 노운현은 “아버지와 어릴 적부터 캐치볼을 했던 게 너무도 즐거워 전문적으로 야구를 배우게 됐다”며 “리틀야구에 입문한 지 일주일 만에, 오버핸드로는 재능이 안 보인다며 팔을 내려 던져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때부터 폼도 자연스레 예뻐졌다”고 회상했다.
한국일보

경남고 노운현이 지면에서 올라오는 듯한 특유의 투구폼으로 볼을 던지고 있다. 노운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운현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외부 코치가 가르치는 아카데미에서 추가 배움 없이 스스로 지금의 투구폼을 체득했다. 공부로 따지면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공교육만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셈이다. 그는 “혼자 훈련하는 게 익숙하기도 했고 집중이 잘 돼 굳이 외부 강습을 받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어릴 적부터 투구를 해 타점은 잘 잡히는데, 밸런스가 완벽하지 못해 힘을 모두 쓰지 못하는 느낌이다. 프로구단에서 이 부분을 집중 조련 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노운현은 역대 최고 언더핸드 투수였던 정대현처럼 직구 구속은 130㎞ 초반대에 머물지만, 볼 움직임이 좋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 키움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팀장은 “최근 2, 3년 동안 봐온 선수 중 무브먼트가 가장 좋다. 직구를 던지더라도 똑바로 들어오지 않아 투심인지, 싱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모든 구질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해 타자의 눈을 속이기에 최적화돼 있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이 팀장은 이어 “입단 후에 팔이나 폼에 특별한 변화를 줄 부분은 많지 않고, 하체 밸런스를 일관성 있도록 잡아준다면 구속 향상 등 더욱더 좋은 투구를 할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운현은 봉황대기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키움에 합류해 2022시즌 프로 무대에 나설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앞 순번으로 지명해준 키움 구단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가서 반드시 보답하겠다”며 “묵묵하게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고, 무엇보다도 언더핸드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