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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대신 낙엽 쓸며 “미국이 지켜주겠지”… 당나라군이 된 대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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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쟁준비 안됐다” 美 WSJ 심층보도

조선일보

지난 6월 대만 북쪽 신추에서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훈련 중인 대만군. 그러나 군비나 정규군 규모, 군 기강 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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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평화 통일’을 내세워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만은 현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중국 억지에 실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대만의 군비가 늘고 신무기가 확충되고 있음에도 불구, 국민의 안보 불감증과 군(軍)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미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각) 1면부터 게재한 ‘대만군은 전쟁에 준비돼 있는가? 그렇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과 대만 정부 내부의 초조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최근 대만 국방부가 “자체 워게임(전쟁 시뮬레이션)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 작전을 막아냈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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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방송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와 백악관은 하루 만에 "중국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진화하고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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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했다가, 중국이 발끈하자 곧바로 백악관과 미 국방부가 “양안 문제로 인한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만의 군사력을 분석했다. 이 신문은 “오랜 평온과 경제적 번영 속에 누적돼온 대만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대만은 3년 전부터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해 운용 중인데, 정규군은 10년 전 27만여 명에서 현재의 18만여 명으로 줄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100만 병력을 보유한 것과 차이가 크다. 대만은 매년 8만명을 새로 징병하고 예비군 220만명을 유지 중인데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무 복무 기간은 과거 2년에서 4개월로 줄었으며, 예비군은 1~2년에 한 번씩 5~7일간 소집돼 재교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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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군사력


군 복무를 마친 대만 청년들은 이 신문 인터뷰에서 “4개월 기초 훈련 중 한 일은 잡초 뽑기, 타이어 옮기기, 낙엽 쓸기였다. 사격술을 배우긴 했지만 대부분 수업은 무의미했다”며 “중국이 홍콩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입대하려고 했더니, 병무 관리가 ‘시간 낭비 말고 살이나 찌우라’고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한 청년은 “한 달간 4시간마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어가며 살을 찌워 비만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고 했다.

예비군들 역시 “훈련 내내 할리우드 전쟁 영화를 감상했다. 책 읽고 그림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대만 감사원과 국방부 내부 문건에는 “예비군 훈련장은 ‘시간이나 때우자’는 정서가 지배적” “군 내 관리 부실과 비리로 군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의 사기가 꺾인다”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군 엘리트 사이에선 “세상에 4개월 내에 마스터할 수 있는 전문 기술·지식은 없다” “중국 군비만 해도 대만보다 13배나 많은데, 대만 남성들은 싸울 의지조차 잃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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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지난 9월 연례 '한광(漢光)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핑둥현 자둥의 고속도로에 착륙한 군용기 옆에서 훈련 참가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군의 무력 침공 대비를 위한 올해 훈련에선 4대의 대만 군용기가 비상 이착륙 훈련을 벌였다. /대만 총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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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대만 군인들이 스스로를 ‘딸기 병사’로 부른다고 전했다. 경제적 윤택함과 부모의 과잉 보호 속에 작은 불편과 위기에도 쉽게 상처받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대만 딸기 세대’에서 파생된 용어다. 대만군이 ‘딸기군’이 된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켜보는데 중국이 설마 쳐들어오겠느냐” “전쟁 나면 미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등의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도 높지 않다. 대만 일간지 ET투데이가 지난 7월 중순 20세 이상 264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과 전쟁이 날 경우 ‘싸우겠다’거나 ‘가족의 참전을 막지 않겠다’고 한 응답이 40.9%에 그쳤다. 49.1%는 ‘싸우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만은 중국의 야욕이 가시화하자 뒤늦게 군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달 의무 군사 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신병들을 전원 전투 부대로 보내 실전 훈련을 받도록 방침을 바꿨다. 또 중국의 상륙작전을 저지할 미사일과 항모 등 무기 체계 개편에 87억달러(약 10조원)의 특별 예산을 편성했다. 2022년도 국방 예산은 4%를 인상, 총 151억달러(약 17조6000억원)로 사상 최고치에 달한다. 대만에 무기만 팔던 미국은 최근 대만군을 훈련할 특수부대와 해병대 인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26일(현지 시각) 중국이 남중국해의 프라타스 군도(東沙群島·둥사군도)를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워게임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CNAS는 대만이 프라타스 군도를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군이 이곳에 주둔한 대만군 500명을 억류하고 군사 기지를 구축할 경우, “미국이 중국을 쫓아내고 섬을 대만에 돌려줄 분명한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자칫 미국의 군사행동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미국과 대만 모두 이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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