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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대리 투표’에 ‘지지자 폭행’에…결승점 앞두고 격화하는 국민의힘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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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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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경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의 ‘대리 투표’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지지자들의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그러면서 ‘일시 휴전’이었던 토론회도 공방이 거세졌다.

27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경기 남부 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창성 국민의힘 수원갑 당협위원장의 문자메시지가 올라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25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최종 경선 투표를 안내했다. 그러면서 “문자투표가 어려우신 분들께서는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다”며 “윤석열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썼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2강’을 형성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 측은 ‘문자투표를 도와주겠다’는 부분이 “조직적인 대리 투표 시도”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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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성 국민의힘 수원시갑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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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투표 문자 돌리려고 ARS 본인인증 반대했나”



홍준표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홍준표 캠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윤석열 캠프의 ‘대리 투표’ 의혹 문자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윤석열 캠프의 주호영 의원이 경선 투표 시 ARS 본인인증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캠프는 당원을 향해 ‘대리투표 해주겠다’는 문자나 돌리려고 ARS 본인 인증 절차를 극렬히 반대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홍준표 캠프 선대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의 문자와 관련해 “대리투표 우려가 있는 이상 ARS 본인인증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강원도당에서 연 캠프 강원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리 투표’ 논란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권교체를 하려면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당원 자율 투표로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당원을 관리해야지 자율 투표를 막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사람은 다음에 국회의원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최대한 많은 분이 수월하게 투표를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문자투표가 어려우신 분들께 투표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문자를 발송했다”며 “통상적인 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을 왜곡하지 않길 부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들도 성명을 내고 “(홍준표 캠프는) 통상적인 ‘투표 방법 안내 문자’를 마치 ‘조직적인 대리투표’를 획책하는 것으로 몰아갔다”며 “패배가 확실해지자 아예 선거판 자체를 파탄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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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강원민방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강원지역 합동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토론회장 입구에 많은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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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자가 유승민 지지자 폭행”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와 유승민 전 의원 지지자 사이엔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유승민 캠프는 성명서를 내고 “춘천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경선 TV 토론 시작 전 방송국 앞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가 유승민 후보 지지자를 폭행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캠프 설명에 따르면, 유 전 의원 지지자들은 토론회가 열린 방송국 앞에서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지지자 2명이 나타나 현수막으로 이들 앞을 가렸고, 유 전 의원 지지자들이 항의하자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욕설하며 구타를 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캠프는 “윤석열 후보는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해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적극적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라”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직접 상황을 본 게 아니라 사건을 파악해보겠다”며 특별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윤 “홍 주변에 배신자 많아”, 홍 “계파 안 만들었다”



토론회장 바깥이 격렬했던 만큼 강원 춘천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선 후보 강원지역 합동토론회도 격렬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이틀 전(25일) 토론회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과 가까이 근무했다는 사람 중에서 홍 후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까운 사람들조차 홍 의원을 등 진다. 홍 의원 주변 사람들은 왜 배신자가 많을까”라며 홍 의원 리더십 문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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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왼쪽)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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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계파를 만들지도 않았고 속해본 적도 없다”고 맞섰다. 계파가 없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6년 정치하면서 내가 키운 사람에게 배신은 두 번 당해봤지만 남을 배신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진영에 가 있는 어떤 분은 내가 행정부지사로 3년 데리고 있었고 국회의원 되는 데 전적으로 밀어줬다”면서 “(그분이) 윤 전 총장 진영으로 붙어서 낮에는 윤 전 총장 진영에 가고 (밤에는) 나에게 오길래 이중 생활하지 말고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고 했다며 비꼬았다. 윤석열 캠프 총괄부실장을 맡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 사주’와 관련해서도 둘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윤 전 총장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당에 대한 ‘경선 개입’ 아닌가”라며 후보들의 동의를 구했다. 송 대표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 사주’ 수사에 대해 “사상 초유의 총선 개입 국기 문란 사건의 진상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참 딱하다. 여기 대선 토론장이다”라며 “줄곧 정책 토론을 하자고 할 때는 언젠데”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수사할 때는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수사당할 때는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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