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5·18 탄압" "민주화 가교"…정치권이 바라본 노태우의 빛과 그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방외교·남북관계 진전 등도 공로…아들의 5·18 사과, 추징금 완납 등 "진정성 평가"

"학살 책임자" "오월 상처 망각" 국가장 결정에 여권선 비판도 여전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유새슬 기자,박재하 기자 = 정치권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로 그의 재임시절 공과(功過)를 재조명했다.

여야는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등 노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그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여 문민정부 탄생의 다리 역할을 맡아 북방 외교 주도한 공적 등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큰 과오는 역시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책임이다. 노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과 함께 광주 진압작전을 결정한 회의에 참석하는 등 깊이 개입한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낸 애도 메시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이라고 언급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내란목적살인, 12·12 군사쿠데타, 5·18 등에 대한 법적·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 정가에선 평가가 더 박할 수밖에 없다. 이날 장례 절차가 '국가장'으로 결정되자 목소리가 더 날카로워졌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 7명 전원(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은 이날 오후 공동 성명서를 내고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무참히 학살했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의원도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희생자들이 많은 광주가 다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고, 운동권 출신인 오기형 의원은 "대한민국이 내란죄 주범을 국가장으로 치른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자기 부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SNS에 "고인이 전두환씨와 함께 국가 내란을 주도하고 5·18 광주학살을 자행했다는 건 사법적으로 실증된 역사적 실체"라며 "역사의 무게와 오월의 상처를 망각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여권에서도 '직선제 개헌 수용'이나 북방외교, 남북관계 진전 등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내놓는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 과오'를 언급하면서도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송 대표는 "5·18 당시 발포 명령을 주도했음에도 지금도 그 죄를 반성하지 않는 전두환씨에 비해서 6·29 선언으로 직선제를 개헌해 국민 요구를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12·12 군사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 명백한 역사적 과오와 함께 격동하는 국내외적 전환기에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권에선 공을 온전히 부각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빈소를 조문하고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저는 평가한다"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권에선 보다 후한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화 가교' 역할이나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참회 노력'에 주목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빈소에서 "전두환 일가와는 다르게 노태우 일가는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며 "비록 당신께선 건강이 안좋아서 직접 의사표명을 할 기회가 없었지만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가족을 대표해 사과하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평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싹트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특히 남북관계를 평화공전의 시대로 전환하는 데 첫발을 내딛은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고, 윤석열 경선 후보도 전날 "냉전이 끝나갈 무렵 우리나라 외교에 지평을 열어준 것은 참 의미있는 성과"라고 했다.

'범죄와의 전쟁'도 평가받고 있다. 홍준표 경선 후보는 "보수진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권 도전에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5·18 민주화운동 탄압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각각 "'87년 체제'라고 말하는 제6공화국 기틀을 잡았다", "남북교류협력과 북방외교, 토지공개념, 88올림픽 등 공헌을 많이 남겼다"고 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o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