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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출 창구 닫아요"…2030 애타는데, 문닫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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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양천·강서구 일대 은행 가봤더니

한산한 분위기 속..."2030세대 발길 꾸준해"

농협·하나銀 이은 제일은행도 주담대 '중단'

전문가들 "청년층 내 집 마련 꿈, 빼앗는 정책"

이데일리

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이데일리DB)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2030세대 같이 소득이 불안정한 분들을 중심으로 오고 있습니다.”(서울 양천구 소재 시중은행 은행원 A씨)

금융당국이 1800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지난 4월에 이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27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양천구 한 시중은행 영업점은 한산했다. 이날 정오께 예금 업무 창구는 대기고객이 10명 안팎으로 붐볐지만, 대출 등을 다루는 창구는 2~3명밖에 없었다. 다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등을 물어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지점 찾는 2030…평생 고금리·월세로 밀려나나

이 은행에서 주담대와 같은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 A씨는 “전날 가계대출 발표 이후 걱정을 하며 문의를 주신 분들은 주로 앞으로 집을 사거나 살 예정인 2030세대 분들”이라며 “주담대를 받아야 하는데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 DSR 계산 문의 등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은행원 B씨 또한 “청년층이나 프리랜서 같은 분들이 지점을 찾아 주담대 등 대출 관련 질문을 하고있다”며 “규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보니 당장 주담대 대출 한도나 전세자금대출 한도 등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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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이데일리DB)


금융당국이 전날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세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시행으로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당초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앞당겨졌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이 기준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 주택 구입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주택 마련을 위한 주담대 대출도 일부 은행들에서 이미 막혀 있는 상태이어서, 설상가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져만 가는 형국이다.

앞으로 이들 세대의 내 집마련의 꿈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SC제일은행도 오는 29일부터 주담대 상품 취급을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7일부터 금융채 1년물, 3년물을 기준으로 삼은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 판매를 막았는데 이어 금융채 5년물 상품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도 죄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1월 1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1인당 2000만원으로 제한키로 했다. 현재 농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일시대출 1억원,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이다. 농협은행 측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2금융권도 대출한도가 총량을 넘어서면서 신용대출은 대부분 중단했고, 주담대도 사실상 DSR 40%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말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입할 예정이었던 30대 직장인 C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주담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다른 시중은행으로 상담받으러 갔다”면서도 “다른 은행에서는 그간 쌓인 거래내역 등이 없어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대체 어디에서 대출을 받으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택담도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소식에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집구하기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평생 월세에서만 살라는것 아니냐”, “당장이라도 집을 마련해야 하나” 등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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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이데일리DB)


전세대출까지 또 조인다…전문가 “내 집 마련 꿈 빼앗아가는 정책”

전세대출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MZ세대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17개 은행들이 전세계약 개인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축소키로 했다. 여기에 이들 은행들은 임대차계약서 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계획이다.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내주게 되면 대출 신청 가능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어서 전세대출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들이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현실화했는데, 지금의 청년들에게서 그와 같은 꿈을 빼앗 아가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집을 산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양도소득세 등을 낮춰야 집을 처분하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총량 규제 속에 대출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아 여유 자금이 없는 상태인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영업점으로 연말께나 돼서야 가이드라인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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