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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노태우 '국가장'에 광주·전남 '반발'…"전두환도 국가장 할 건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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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단체·시민사회·지자체·정치권까지 일제히 '유감'

"광주는 그럴 수 없다"…조기 게양·분양소 설치도 거부

뉴스1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왼쪽엔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오른쪽에는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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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전원 기자,황희규 기자,이수민 기자 =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5월 단체를 비롯해 광주진보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와 광주시·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유감을 표명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당시 광주 시민 학살의 공범,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 형과 추징금 2600여억원을 선고받은 죄인의 장례 비용이 국고로 부담된다"며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군부 실세로 자신 또한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 학살에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며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무고한 시민을 죽인 학살주범을 어떻게 국가 차원에서 애도할 수 있느냐"며 "노씨를 국가장하면 추후 전두환도 국가장 예우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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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90)가 지난 8월9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법원을 퇴장하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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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노태우씨가 국가장의 대상자가 되는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인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고 항의했다.

또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반발했다.

광주진보연대도 "5월 학살의 핵심 범죄자의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의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는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7년형을 받은 중대 범죄자일 뿐"이라며 "국가장으로 노씨의 장례를 치르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짓밟는 것이고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 등 민주당 소속 광주 국회의원 7명은 성명을 통해 "노태우는 명백한 5·18 학살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의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을 찬양하는 대선후보가 있다. 제대로 된 사과마저 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고 있는 것 또한 전두환·노태우의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노태우에 대한 국가장을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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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에 "광주는 그럴 수 없다"며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자료사진./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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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전남도는 노태우 '국가장' 기간 조기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과 공동 성명을 통해 "고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이었고, 우리의 정서상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광주는 그럴 수가 없다"며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고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도 이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지역 정서를 감안해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으며 다만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선 관련 법령에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 대상자는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혹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국가장 여부는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장례 절차를 총괄 진행하는 집행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국가장을 주관하는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며 장례 기간은 5일이다. 국가장 기간 중에는 조기를 게양하도록 돼 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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