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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미술의 세계

다시 보는 최욱경…독보적 색채 추상으로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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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대규모 회고전

연합뉴스

최욱경 '줄타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최욱경(1940~1985)은 국제적이면서도 한국적인 화가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약 15년간 활동하면서 서양 미술을 폭넓게 수용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실험을 거듭해 한국적 미감을 살린 색채 추상을 선보였다.

이국땅에서 동양인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정체성을 고민했던 그는 한국 화단에서도 이방인에 가까웠다. 1960~1970년대 한국 미술계 주류는 단색화와 실험미술이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는 예술적 성취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받은 미국적인 화가'로 인식되기도 했다. 또 45세에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한 탓에 주로 '요절한 비운의 여성 작가'로 설명됐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최욱경은 지금도 꾸준히 재평가되는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7일 개막한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도 최욱경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된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 자료 등 200여 점을 통해 화가이자 교육자이면서 시인이었던 최욱경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그의 작업을 동시대 현대미술 및 문학과의 관계를 통해 다각도로 조명한다.

전시는 먼저 '화난 여인'(1966),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1966) 등 추상표현주의와 후기회화적 추상에서 팝아트와 네오다다에 이르기까지 미국 동시대 미술을 반영한 시기 작품을 소개한다.

이어 표현적인 추상미술에서 벗어나 구상과 추상이 결합한 대규모 추상미술 작품을 제작한 시기의 '줄타기'(1977), '마사 그래함'(1977) 등을 보여준다.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1984), '빨간 꽃'(1984) 등 귀국해 경상도 지역의 산과 남해의 섬 등 한국의 자연을 담은 작품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작가가 추상에 관한 실험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린 자화상이 전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추상미술의 위상을 높인 작가의 진면목을 살펴볼 기회"라며 "다양한 활동이 부각돼 국내외에서 최욱경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40년 서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최욱경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여 김기창, 김흥수 등 유명 화가들에게 지도받았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3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미술학교 등에서 수학했다. 프랭클린 피어슨대 미술과 조교수로도 일한 그는 1965년 '작은 돌들'(Small Stones)이라는 영문 시집을 펴냈다.

1972년에는 이번 전시 제목인 '앨리스의 고양이'를 비롯한 시 45편을 수록한 국문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을 출간했다. 1970년대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활동했고, 1979년부터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남대와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의 산과 섬을 주제로 그렸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올해 열린 '여성 추상미술가들'(Women in Abstraction) 전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는 등 해외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연합뉴스

최욱경 회고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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